ADVERTISEMENT
더 북한 사설

북핵 우선 해결의 딜레마에 발목잡히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남북관계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모든 문제에 우선하는 정부의 대북 전략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6일 열린 한반도포럼(회장 백영철) 학술회의에서다. 북한이 경제 보상, 체제 보장 방안이나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를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다뤄 남북 간 다른 현안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도 해결하고 남북관계도 풀어나가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9월 27일자 1, 5면

 우리의 최대 안보 딜레마인 북핵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상황 변화에 걸맞은 정책이라야 북핵 해결의 전기도 마련할 수 있고, 북핵이 남북관계에 끼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전략적 인내’라면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핵 능력은 크게 증가했다. 북한 보유 핵무기는 2001년 3~5기에서 2013년 10~30기로 늘어났다(밀러터리 밸런스). 북한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영변의 5MWe 원자로를 지난해 다시 돌렸다.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과 더불어 플루토늄 생산이 다시 가능해진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데 이어 핵무기 보유와 사용에 관한 규정도 법제화했다.

 북한에 대한 양자 제재나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제재는 북한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만 키웠다. 북한의 핵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현실적이고도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핵 개발 진전 중지와 핵 프로그램 공개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폭주하는 차를 세우지 않고 바로 후진시킬 수는 없다. 북한의 핵 개발 진전 중지와 정보 공개는 한반도 평화 구축 작업의 기점이 될 수 있다. 북핵의 완전한 해결 시기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남북 간 공동 번영이 상당히 진전되는 시점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우리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편승해서는 곤란하다. 임기 2년여를 남긴 오바마 미 행정부가 11월 의회 선거 이후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대북 압박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들이다. 결국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인 우리가 새로운 접근을 주도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동시에 남북 문제에서도 북핵 최우선 해결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관계 발전을 꾀해야 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의 5·24 대북 제재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 대북 문제에서 우리만 뒤처지는 상황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