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핵, 선불제·후불제 따지다 아무것도 못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반도포럼 고문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포럼 주최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휘락 국민대 교수,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강정현 기자]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구축 방안’을 주제로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반도포럼(회장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에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포럼 참가자들은 대부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토론 사회를 맡은 문정인(정치학) 연세대 교수는 “중국에서 오늘(26일) 왔다”며 “중국에서 만난 고위층들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피로감을 드러내더라”고 해 토론에 불을 붙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핵보유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평가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홍석현 중앙일보·JTBC회장이 기조연설에서 “핵 문제 해결을 모든 문제에 우선시하는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문제 의식에 적극 동의했다. 보다 적극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스위스처럼 핵대피 시설을 갖췄다고 자랑하는 강남의 고급 타운하우스가 최고가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은 핵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화해협력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과 행동의 순서를 놓고 선불제·후불제(선 핵폐기냐, 아니면 선 보상이냐)를 따지다가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핵 문제 해결 없이 다른 현안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 집행 사이의 간극이 문제”라며 “신념과 정책의 불일치가 북핵 문제 접근의 실패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며 “미국은 북한 핵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방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미국을 따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포기와 경제적 보상을 맞바꾸는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구축 논의와 같이 안보와 안보를 교환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제기한 내용을 조성렬 책임연구위원이 적극 동의했고 다른 토론자들도 대체로 공감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열기 위해 포괄적 미니 패키지 딜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고위급대화 채널에서 DMZ(비무장지대) 내 세계평화공원 건설과 5·24 대북 제재조치 완화 등 남북한 사이의 현안과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현안의 일부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핵을 둘러싼 논란을 악순환 구조에서 선순환 구조로 바뀔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김근식(정치학) 경남대 교수는 “서희가 강동 6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담판을 했기 때문”이라며 “대화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남북 간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는 가능하다”며 남북 군사 핫라인 개통 등을 거론한 뒤 “공식·비공식, 공개·비공개, 직접·간접적 다변화 대화 전략을 통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현(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우선 실시한 뒤 상황 변화에 따라 5·24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한반도포럼=한반도 안정과 평화, 통일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3월 출범한 싱크탱크. 북한·동북아 문제 전문가 30여 명이 회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왔다. 중앙일보가 후원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