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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체납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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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은 1948년 5월 29일 설립된 예루살렘 정전감시단(UNTSO)으로 출발했다.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포하자 주변 네 나라와 전쟁이 벌어졌고 곧 정전이 됐다. 유엔은 비무장 정전 감시요원을 붙였다. 다음은 인도-파키스탄 사이의 잠무 카슈미르 분쟁. 거기에도 49년 1월 비무장 감시단이 붙었다.

그러나 56년 9월 2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양상이 달라졌다. 그해 11월 들어 정전감시단은 전과 달리 무장을 했다. 경무장이지만 첫 무장 유엔군이었다. 그게 오늘날 PKO로 발전됐다.

PKO는 유엔 안보리가 주관한다. 56년 이스라엘 정전감시단(UNEF-1) 때만 총회가 결의했지 예외없이 안보리 결의로 움직였다. 냉전 시대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소의 대립 때문에 활동이 뜸했다. 50년대 2건, 60년대 5건, 70년대 3건, 80년대 5건이다. 냉전 붕괴 뒤 PKO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90년대 35건, 2000년대 중반 현재 6건이다. 냉전 이전보다 200% 폭증했다.

이 PKO엔 돈이 든다. 첫 두 활동은 유엔 경비로 메웠지만 56년 UNEF-1 때부터 달라졌다. 너무 돈이 많이 들어 당시 유엔은 특별기금을 요구했다. 경비 2억 달러는 미국(50%)과 나머지 회원국(50%)에 떠안겼다. 이후 회원 부담으로 정착됐지만 세계 평화를 남의 일로 여겨서인지 지갑을 잘 열지 않아 체납이 심하다. 2004년 말 현재 미국은 17억 달러 중 7억 달러가 밀렸다. 중국(64%).독일(25%).프랑스(31%).이탈리아(31%) 등의 체납 비율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소말리아.앙골라 공병부대 파견 등을 계기로 93년 PKO에 합류했다. 이후 동티모르 파견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왕성한 활동만큼 돈 내는 성적은 따르지 못한다. 2004년 말 현재 1억816만 달러의 청구액 가운데 7030만 달러가 밀렸다. 유엔 분담금 상위 10개국 가운데 체납비율이 1위(65%)다.

'상임이사국 확대 반대 국가 모임'이 11일 유엔에서 열렸다. 과거사를 왜곡하는 일본이 상임위 진출을 노리는 때 열리는 만큼 아주 중요한 모임이다. 그런데 한국의 PKO 분담금 체납이 걸린다. 일본은 성실하게 다 냈다. '돈도 안 낸' 우리가 '남들은 훌륭히 보는' 일본을 깎아내려야 하니 한국 외교진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안성규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