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에 강력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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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란이 이라크의 시아파 이슬람교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미국이 강력히 경고하면서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은 이라크의 신정부 수립에 외부세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란에 분명히 알렸다"며 "(이란이) 정보요원들을 이라크에 침투시켜 (시아파를) 선동하는 것은 분명 그 범주(외부 개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에 성지순례차 모인 1백만여명의 이라크 시아파 주민의 일부가 미군 주둔 반대시위를 벌인 직후 나왔다.

시아파 최대 반체제 단체인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하킴은 "이번 시위는 미국이 이끄는 과도행정기구가 필요없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후세인 알시스타니, 무스타다 알사르크 등 시아파의 다른 지도자들도 "외세(미국)의 지배를 반대한다"며 입을 모았다.

플라이셔의 발언은 시아파 본산국가인 이란이 부추기는 바람에 이라크의 시아파 주민들이 이같은 반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정부가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이 이라크 국민의 65%쯤을 차지하는 시아파를 선동해 친(親)이란계 이슬람 정권을 수립토록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전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이란이 공작원들을 이라크에 잠입시켜 시아파 포섭에 들어갔다고 본다. 백악관의 경고는 이란의 이같은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란의 카말 카라지 외무장관은 24일 "우리는 국경을 넘은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국경을 방어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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