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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전국 80개 매장서 전기차 충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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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직장인 김민수(40·서울 중곡동)씨는 BMW코리아가 올 4월 내놓은 전기자동차 i3를 시승했다가 두 번 놀랐다. 먼저 존재감을 과시하는 경쾌한 주행 성능에 감탄했다. 그런데 정신없이 운전을 한 게 문제였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40㎞ 남짓이라는 표기를 보고는 당황했다. 자신이 있는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에서 가까운 충전소를 알아 봤는데, 성수동 이마트와 잠실동 롯데마트 단 두 곳이 검색된 것이다. 김씨는 “서울에서도 이렇게 충전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전기차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 같은 불안함이 조금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자동차 메이커와 대형 유통업체,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가 손을 잡으면서다.

 BMW코리아와 이마트, 포스코ICT는 25일부터 전국 80개 이마트 매장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한다. 민간 영역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소다. 이마트가 주차·충전 공간을 내놓고, BMW가 충전기를 제공해 포스코ICT가 충전기 설치·운영을 맡는 식으로 업무를 분담했다.

 이번에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소에서는 BMW의 전기차 i3는 물론 기아차 쏘울EV, 닛산 리프, 르노삼성 SM3 ZE, 한국GM 스파크EV 등 국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충전 방식은 교류 완속 방식의 ‘타입1’로 시간당 7㎾를 충전한다. 주행 거리로 따지면 1시간을 충전해 50㎞가량을 달릴 수 있다.

 이마트는 이날까지 전국 35개 도시에 있는 80개 점포에 119기(기존 충전기 포함 140기)의 충전기를 설치했다. 향후 151개 모든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 김기곤 상무는 “신규 점포는 기획 단계부터 시설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9일까지 충전요금은 무료다. 이후에는 유료로 바뀐다.

김 상무는 “월 10만원 안팎의 멤버십 카드를 구매하면 무제한 이용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적극적이다. 롯데마트는 2010년 1월부터 충전소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12개인 충전기 설치 점포를 연말까지 2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역시 서울 영등포점(2010년 4월)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1개 점포에서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점은 인근 공원까지 무료로 이동할 수 있는 ‘e파란 전기차’를 제공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고객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차원도 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전기차는 모두 2534대다. 지난해(1871대)보다 35% 늘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정부가 구매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충전소가 2600여 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절반 이상(56%)이 서울과 제주에 몰려 있다.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기차 충전소 사업은 세 회사 모두 윈윈하는 구조다.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 자동차 회사는 판매에 탄력이 붙는다. BMW가 올해 3월부터 설치된 충전기 119개에 대한 비용 전액을 부담한 이유다. 운영을 담당하는 IT서비스 업체는 신수종 아이템이 생긴다. 대규모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마트에도 이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추가적인 고객 유입과 점포 체류시간 연장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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