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투기 F-35A 1대당 1210억원 … 스텔스기술 이전 빠져 가격 거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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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차기 전투기로 선정된 F-35A(미국 록히드 마틴사 제조) 가격이 한 대에 1210억원으로 결정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4일 “차기전투기(F-X)사업 규모는 7조 3418억원”이라며 “예산 한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투기 가격을 대당 1210억원으로 하기로 미국 측과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이렇게 구매가격을 확정했다.

 F-X사업은 2018년부터 최신예 전투기 40대를 들여오는 계획이다. 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예산 확보와 기종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13년간 표류하다 올 들어 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전투기 한 대에 1210억원이면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10억원에 전투기 40대를 구입하려면 4조8000억원 정도가 든다.

 F-15K(미국 보잉사 제조)는 2000년대 초반 대당 1000억원 정도에 들여왔다. F-35A가 차기 최신예 전투기임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게 공군의 주장이다. 공군 관계자는 “F-X 사업 예산엔 전투기 구입비용 외에 격납고(항공기를 넣어두고 정비하는 건물), 부품 예산 등이 포함된다”며 “전투기 가격이 적정수준으로 책정돼 다른 부분에서 ‘다이어트’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F-35A가 신형인 데다 5세대 전투기로 분류돼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하더라도 거품이 있다”며 “스텔스 기능(레이더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은폐 기술)을 제외하면 엔진도 한 개이고, F-15K(음속 2.5배)에 비해 최고 속도(음속 1.6배)도 낮고, 무장 능력도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F-35A가 개발단계에서 각종 결함을 보이면서 개발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졌고, 일부 국가들이 구매를 보류해 한국이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무엇보다 1210억원에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스텔스 기술을 이전받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레이더 냉각 기술, 연료탱크·엔진 화재를 진화하는 기술(오빅스) 등 17가지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200여 가지의 기술도 제공받는다. 그러나 정작 핵심으로 꼽혔던 스텔스 기술은 리스트에서 빠졌다. 가격 논란이 일자 공군은 전투기를 인도받기 시작하는 2018년에 가격을 다시 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F-X 사업은 한국과 미국의 정부 간 구매 방식(FMS)으로 진행한다. FMS 방식은 생산시점에 가격을 다시 평가할 수 있다. 40대의 전투기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온다.

 전투기를 인도받는 2018년엔 이 전투기의 대량생산이 이뤄져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군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앞으로 대당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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