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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힘겨운 자영업자 지켜주는 권리금 대책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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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상가 권리금이 처음 양지로 나온다. 정부는 어제 경제장관회의에서 임차 상인의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인정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했으며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 기준을 정부가 고시하기로 했다. 모든 임차인은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도록 했다. 특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하도록 건물주의 협력의무를 의무화했다. 건물주나 중개업자가 농간을 부려 권리금을 떼먹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권리금은 시장에서는 엄연히 거래되지만 사적인 거래로 방치돼 온갖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왔다. 5년 전 용산 참사의 근본 원인도 도시재생사업에 따라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난 상가 세입자의 분노가 폭발한 데 있다. 용산 참사 후 권리금 문제 해결이 사회적 관심이 됐지만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임대계약 기간 5년을 보장하고 인상률을 연 9% 이내로 제한하는 등 임대차보호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크게 미흡했다. 법 적용 대상 기준인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X100) 수준이 낮아 대도시 상가 대부분이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이 이번엔 대부분 개선돼 영세 자영업자가 권리금 때문에 퇴직금을 날리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경제는 전체 고용인구 중 23%가 자영업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보다 7%포인트, 일본(12%)이나 미국(7%)에 비해서는 두세 배 높다. 좋은 일자리가 적은 나쁜 생태계란 의미다. 그렇다 보니 지금도 고령화 공포를 못 이긴 50대가 줄줄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투자한 돈을 까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권리금 보호·양성화는 이런 영세 자영업자에겐 생존의 문제다. 이번 기회에 임대료 상한선을 더 낮추고 도시재생사업 때 기존 상인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방안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건물주의 소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지만 이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