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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뛰지 못하는 박주영, 발탁은 곤란"

중앙일보

입력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새 수장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그라운드에서 경기력을 입증한 선수에 대해서만 대표팀에서 뛸 기회를 주겠다는 대원칙을 밝혔다. 대중적인 관심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선수를 뽑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담은 발언이었다.

2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은 대표팀 선발 및 운영 원칙에 대해 질문을 받고 '본 것만 믿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근 축구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두 공격수 이승우(16·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박주영(29·무직)이 화두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승우에 대해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아 그에 대해 언급하긴 시기상조"라면서도 "이승우는 한창 성장하는 중이고, 축구선수에게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아직 성인 선수와 격차가 있는 만큼 대표팀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축구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스포츠다. 이승우도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팀을 찾지 못한 박주영에 대한 태도는 더욱 단호했다. "선수는 경기를 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대표팀 선발 여부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뛰지 못하는 선수를 뽑는 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표면적으로는 "뛰지 못하는 선수는 평가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준비 되지 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뉘앙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끌어올리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당면 과제다. 한국은 현재 63위로 역대 최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새 감독은 "랭킹을 조금씩 꾸준히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면서 "다음 달 파라과이와의 A매치에서부터 랭킹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0월에 파라과이(10일)·코스타리카(14일)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이 중 파라과이전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입국해 국내 분위기를 살핀 뒤 거주지인 스페인 마드리드로 돌아가 신변을 정리했다. 틈틈이 짬을 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도 살폈다. "쉬는 동안 마인츠와 아우크스부르크를 방문해 감독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힌 그는 "도르트문트와 호펜하임은 시간이 부족해 방문하지 못했지만, 한국 선수들에 대해 긍정적인 정보를 받았다. 모든 팀들이 한국 선수들에 대해 우호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우크스부르크 수비수 홍정호(25)에 대해서는 "몸 상태는 정상이고, 실력 면에서도 주전 수비수들과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하지만 주전 멤버들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홍정호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카를로스 아르무아(65) 수석코치와 함께 입국한 그는 향후 인천 아시안게임과 K리그 경기장을 두루 돌며 선수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2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홍콩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부터 현장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은 물론, 주말에 K리그 경기장을 돌며 관찰한 선수들의 능력과 한국에서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영종도=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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