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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반기문·김용 … 유엔 '코리안 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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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 유엔 사무총장 관저를 방문해 반기문 총장(오른쪽)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욕=박종근 기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유엔 무대에 데뷔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신(新)기후 체제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동참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인천 송도) 유치국으로서 이미 출연을 약속했거나 출연 중인 약 5000만 달러를 포함, GCF에 총 1억 달러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5년 신(新)기후협정 타결을 목표로 개최했다. 박 대통령은 다섯 번째로 연설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번째로 연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5분여의 영어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중심은 기술과 시장이 돼야 하며 ▶기후변화 대응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가교 역할을 할 것임을 약속했다.

 반 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오후 ‘기후 재정’ 세션에서 개회연설을 해 유엔 회의장 주변에선 ‘코리안 데이(한국의 날)’란 말도 나왔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별도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22일 캐나다 국빈방문을 마치고 뉴욕으로 이동한 박 대통령은 바로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 총장을 만났다.

 반 총장은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라며 “캐나다 방문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 대통령은 “결실이 많았다”며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데 9년 걸렸다.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북한 측에 제2차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북측의 호응을 기다리고 있다”며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문화·학술 교류 등 동질성 회복을 통해 남북 간 협력의 통로를 넓힐 수 있다”고 드레스덴 구상을 설명했다. 반 총장은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협력을 이뤄 나가며 마음을 열어 가는 게 좋은 방안”이라고 맞장구쳤다.

 박 대통령은 관저 방명록에 “세계 평화와 인권 향상을 위한 총장님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고 적었다. 면담 뒤에는 반 총장 부부, 김용 총재 부부와 함께 만찬을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반 총장을 만난 건 네 번째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만남을 외교적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반 총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반 총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22일 면담과 만찬을 시작으로 23~24일 유엔 총회와 기후정상회의 일정 대부분을 함께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유엔의 사무총장으로 우리 반 총장님이 계시다는 것, 정말 한국으로서는 굉장히 감회가 깊은 일”(박 대통령), “원칙에 입각한 좋은 정책을 펼치면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고 계시다”(반 총장)는 등의 덕담을 주고받았다.

 뉴욕=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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