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성급 호텔, 채식주의자 중국인 위해 별도 메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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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요우커 는 세계 곳곳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콧대높은 ‘뉴요커(뉴욕 시민)’조차 요우커 대접에 여념이 없다. 미국 뉴욕의 상징으로 꼽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올해 여름부터 요우커에게만 책임자 서명까지 들어간 ‘방문증명서’를 발급한다. 명품 거리인 5번가에 있는 5성급 호텔 페닌술라는 요우커용 조식을 세분화해서 올 6월에는 채식주의자인 요우커만을 위한 별도 메뉴까지 내놨다.

 포시즌·메리어트·힐튼 같은 특급호텔은 중국어로 응대하고 요우커 전용데스크를 만들었다. 중국식 죽을 조식으로 내놓고 객실에는 커피 대신 중국차를 뒀다. ‘죽을 사(死)’자가 연상되는 숫자 4가 들어가는 객실은 요우커에게 배정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명문인 하버드대에서는 한자로 ‘하버드’라고 적은 요우커용 기념 티셔츠를 판다. 하버드스퀘어상인연합회는 인근 식당과 가게를 소개하는 중국어 사이트를 올 봄에 열었다. 캘리포니아의 최고급 쇼핑몰 사우스코스트플라자는 지난 5월 중국인 단체여행객 1700명을 맞을 당시 레드카펫을 깔았다. 미국 최대의 백화점 메이시스는 800개 매장에서 요우커가 주로 쓰는 은련카드를 받는다.

 미국 중앙정부 역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0일씩 걸리던 요우커의 비자 발급 기간을 1주일 이하로 줄이면서 ‘요우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3분의 1 가격인 명품 쇼핑이 인기다. 베인앤컴퍼니의 세계명품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명품 시장 성장률이 4%로 중국시장(2.5%)을 추월했다. 미국 프리미엄아웃렛 전문 관광에 나설 정도로 원정 쇼핑에 몰두한 요우커 덕분이었다.

  일본은 영토 분쟁 등으로 아직 지난해 방문객 수는 한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엔저와 민관이 힘을 합친 요우커 유치 전략 덕분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7월에만 요우커 28만1200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아시아·태평양권의 경쟁도 활발하다. 태국은 다음달 31일까지 요우커에게 비자 발급비용을 면제해주고, 대만은 요우커의 의료 비자 신청기간을 최소 7일로 단축했다.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유명한 캄보디아는 2018년까지 요우커 13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5개년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중국어로 된 출입국신고서와 중국어 거리표지판에다가 차이나타운 설립까지 연구 중이다. 호주는 2020년까지 요우커 유치 전략을 세워놓았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서 영국인 여행객을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요우커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호주관광청은 지난달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핵심파트너(Key Distribution Partners)로 중국 여행사 31개를 선정했다. 서호주 주정부는 2020년까지 요우커 마케팅에 3200만 호주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서유럽이 더 위협적이다. 1980년 이후 태어난 ‘바링허우(80後)’ 세대가 미주·유럽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셍궨조약에서 빠진 영국은 지난달 요우커를 대상으로 24시간 안에 비자를 특급으로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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