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제 분유, 왕서방 반찬 … 13억 혀끝에서 만나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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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유학생 김한결(26)씨의 냉장고에는 동원 참치가 맛별로 있다. 한국 음식이 그리울 틈이 없다는 김씨. 그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이 연이어 중국에서 히트를 치며 관련 제품들이 중국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참치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동원 참치는 지난 2011년 중국 최대 홈쇼핑 채널인 동방CJ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당시 30분 동안 1500세트가 모두 판매되고, 이후 방송 횟수가 증가하면서 인지도도 올라갔다. 2012년에는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3년 2월부터는 중국 유통그룹 광밍그룹이 1만 여 유통망을 통해 한국에서 생산하는 참치캔을 중국 모든 지역의 오프라인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게다가 광동식·사천식·오향식 등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중화풍 참치캔 3종을 개발해 역시 광밍그룹이 중국 전역 유통망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는 중국의 참치캔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원F&B의 올해 대중국 참치 수출 목표는 72억원. 김·유제품 등 국내 시판 제품까지 중국에 판매되도록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8년까지 동원F&B의 중국시장 연간 매출목표는 5000억원이다.

 최근 중국인들의 식품에 대한 안전의식 제고도 한국산 소비 증가에 촉매제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인들의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 ▶가정 내 먹거리에 대한 안전 추구 경향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 회피 경향 등도 한국산 식품·기호품의 수출 급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이 즐겨 찾는 ‘치맥(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이 중국에서 유행을 타면서 한국 맥주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맥주의 중국 수출은 지난 3월에만 103만6000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주인공이 여행에 가서 라면을 먹는 장면 덕분에 농심 ‘신라면’의 매출도 급증했다고 밝혔다.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가 증가하면서 중국법인 설립 이후 최고의 월매출을 기록했다. 일부 매장에선 품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8억6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일유업은 지난해 26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매일유업이 올해 전년 대비 30% 증가한 36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도 좋아지고 있다. 조제분유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상승하면서 2013년도 대중국 수출실적이 전년 대비 44.2% 증가한 5600만 달러에 달했다. 현재 매일유업·남양유업·롯데푸드 등 한국기업들은 중국 분유시장을 개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아시아 여성의 모유영양 연구에 기반해 개발한 포뮬러인 한국산 분유가 선진국 다국적기업 브랜드 제품보다 중국 영·유아의 체질에 더 잘 맞는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매일유업은 2, 3선 도시 영유아 전문매장 입점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출시 중인 조산아, 식품단백 알레르기 아동 등을 위한 제품과 하반기 출시 예정인 항설사분유 등 특수분유 라인 확대를 통해 영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매일유업은 전세계에서 몇 안 되는 특수분유를 제조할 수 있는 분유전문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모유질 개선을 위한 임산부용 분유를 중국에서 출시 중이다. 맞벌이가 많은 중국 내 상황을 고려해 스틱 포장으로 휴대성을 강화하고, 코코아맛을 추가하는 등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본격적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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