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팍타크로 상대팀 지각에 황당 승리, 은메달 확보

중앙일보

입력

한국 남자 세팍타크로 더블 대표팀이 상대팀의 지각으로 황당한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김영만(28·청주시청)·정원덕(26·고양시청)·임안수(26·고양시청)로 구성된 한국은 예선 A조 1위를 차지해 부천체육관에서 21일 오후 2시부터 준결승에서 B조 2위 라오스를 상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대쪽 코트에서 열린 준결승에 나설 일본과 미얀마 선수들과 달리 한국과 라오스 선수단은 경기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오후 2시인 준결승 시간을 오후 4시로 착각해 라오스 선수들이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회 규정상 경기 시작 예정 시간까지 20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는 팀은 0-2 실격패를 당하게 된다. 결국 20분 뒤 한국 선수들만 코트에 입장했고, 심판은 한국의 2-0 승리를 선언했다. 라오스 선수단은 경기 시작 예정시간이 30분 이상 지난 뒤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기홍 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 많이 나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라오스가 우리보다 한 수 아래 전력 팀이긴 하지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아쉬움 반, 기쁨 반이었다. 김영만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가족과 친지는 물론 팬들이 많이 와 주셨는데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안수도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도 하늘의 계시인 것 같다"며 "내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었다.

22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결승전 상대는 미얀마다. 한국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미얀마에 져 은메달에 머문 적이 있다. 정원덕은 "지난 대회에서 패배를 꼭 설욕하고 싶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부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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