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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뭄 올 수 있다’ 기근으로 고통받는 북중미 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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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 곳곳이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20일 오전 8시 20분 방송되는 KBS2 ‘특파원 현장보고’에서 미국과 중미 국가의 기근 현상을 자세히 보도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는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린다. 과테말라ㆍ엘살바도르ㆍ온두라스ㆍ니카라과 등 중미 4개국도 가뭄에 타들어간다. 최근 유엔 기구는 중미 국가들의 ‘식량 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에 나가 있는 김환주ㆍ박영관 특파원이 연속 보도한다.

‘물’이 도둑질의 대상이 되고 물을 지키기 위해 수도꼭지에 자물쇠를 채우는 현실. 요즘 미국 캘리포니아 이야기다. 1870년대 말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130여 년 만에 가장 극심한 가뭄이 캘리포니아에 계속되고 있다.

주 전체에 올해 내린 강수량은 예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평균보다 5도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은 물의 증발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가장 큰 피해자는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는 농축업자들. 체리를 재배하는 한 농가에서는 살리기를 포기한 나무 15만 그루를 뽑아냈다. 초원이 메말라버려 사료 부족에 직면한 축산 농가들이 소들을 굶길 수 없어 내다팔 수밖에 없는 딱한 사연들이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도시민들은 당장 밥상 물가가 걱정이다. 해갈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올 겨울 내릴 눈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그마저도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것일 뿐. 캘리포니아의 가뭄이 길게는 백 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테말라 정부는 전국토의 80%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과테말라에서 가뭄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 중 하나인 사카파 주에는 말라죽거나 황폐한 옥수수 밭이 곳곳에 있다. 7000㎡(2100평)를 훨씬 넘는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알갱이는 50kg 한 포대에 불과하다. 40년 만에 겪는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 물도 말라가고 있다.

가뭄 피해는 어린이들에게 먼저 찾아왔다. 취재진이 찾은 병원엔 소아과 병동 환자 20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영양실조에 걸려 입원해 있다. 옥수수는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에서 주식으로 먹는 ‘또띠아’의 원료다. 고기나 야채 없이 또띠아만 먹을 수 있어도 어린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나지만 문제는 이렇게 또띠아를 먹을 수 없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수수 가격은 서너 달 만에 35%나 올랐다.

올해 이렇게 가뭄이 발생한 것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엘니뇨현상 때문이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은 엘살바도르ㆍ온두라스ㆍ니카라과에도 식량난을 가져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성명을 통해 이 지역에서 앞으로 수만 명이 굶주릴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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