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리미엄 모바일 시장 잡을 '무기' 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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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성장하는 모바일 기기 시장을 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공세가 거세다. 이번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공정’을 적용한 6기가비트(Gb) 모바일 D램 양산을 시작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20나노급 컴퓨터용 D램 양산을 개시한 지 6개월 만에 모바일용까지 가장 앞선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스마트폰·태블릿PC·웨어러블(착용 가능 기기) 등 빠르게 커지는 고성능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는 데 한층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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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D램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메모리반도체다. 20나노란 D램 반도체칩 안에 있는 회로들 사이의 간격이 20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라는 의미다. 회로간격이 좁아질수록 전체 칩 크기를 줄일 수 있어 같은 크기의 생산라인에서 더 많은 반도체칩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나노 모바일 D램은 기존의 25나노급보다 크기가 작은 대신 전력효율은 10% 이상,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진다. 한 개의 칩 안에 더 많은 회로를 집어넣을 수 있어 메모리 용량도 늘어난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건 물론이다. 이번에 양산하는 20나노 6기가비트 모바일 D램은 풀HD급 영화 3편을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고, 5인치 이상의 대화면 스마트폰에서도 풀HD급 영상을 실시간으로 끊김 현상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 팀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고성능 모바일 D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가장 앞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D램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산업의 지각변동과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초반 컴퓨터 산업과 함께 태동해 성장해 온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모바일 D램 비중이 컴퓨터용 D램을 앞질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빠르게 보급되면서다.

 D램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2010년 53%에 달했던 컴퓨터용 D램 생산을 지난해 22%로 줄이고 17%에 불과했던 모바일 D램 생산 비중을 39%로 늘렸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컴퓨터용과 모바일 D램의 비중이 각각 28%와 34%로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올 2분기 세계 모바일 D램 반도체 시장에선 ‘코리아 독주’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45.4%의 점유율로 기존 1위 자리를 지켰고 SK하이닉스는 3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반년 만에 2위 탈환에 성공했다. 모바일 D램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무려 75.5%. 미국(22.6%)이나 대만(2%) 업체들이 ‘코리아 공습경보’를 외칠 정도로 독보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20나노 D램 생산량을 대폭 늘려 1위 자리를 굳건히 하면서 윈본드·난야·파워칩 등 점유율 1~3%대 소규모 업체들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양산계획 발표로 최근 25나노급 양산비율을 7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SK하이닉스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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