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또 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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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도 있는 줄기세포 연구의 거대한 진보를 의미한다고 미국의 양대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가 최신호(5월30일자)에서 보도했다.

두 주간지는 줄기세포 연구가 윤리문제 등과 관련해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미국내 상황을 지적하고, 미국이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또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도 23일 '재생의료의 실현을 위한 큰 일보'라고 황교수팀의 연구를 평가하면서 일본정부의 제도적인 대처방안을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패러디] 글래닥터 - 황우석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특히 황교수팀의 연구산실인 서울대 85호관 6층 연구실을 직접 찾아 현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황 교수의 개인적 이력도 상세하게 전했다.

타임은 "충청도의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황 교수는 5세 때 부친을 여의고 부잣집의 소를 돌보면서 6자녀를 키운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면서 "어린시절의 황 교수는 방과후 자신의 집에 배정된 3마리의 소를 돌보는 일을 맡았고 이 때 자라서는 동물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황 교수가 소나 돼지, 오리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12단계의 제조라인을 직접 개발했다면서 그가 "이와같은 광범위한 동물대상 연구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인간 줄기세포 연구의 선구적 업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타임은 또 황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일을 단순한 과학적 과정 이상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모든 과정이 인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전했다.

예컨대 실험에 쓰이는 세포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연구원 가운데 최소 한 명은 모든 낮시간과 대부분의 밤시간을 이 세포들과 함께 지내도록 한다는 것.

타임이 기사에서 인용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황 교수의 업적을 찬양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버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것은 놀라운 진보"라고, 영국 킹스 칼리지의 스티븐 민저 줄기세포 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은 "이 한국인들의 업적은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라고 각각 경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웰컴 트러스트/암연구캠페인 연구소의 앤 맥래런 연구원은 "소아당뇨병 등 질병의 복잡한 유전적, 비유전적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를 가능하게 해줄 많은 양의 물질(인간 배아줄기세포)을 가질 수 있게 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한국인들이 또 해냈다(South Koreans have done it again)"면서 황교수팀이 이번에는 이번에는 면역질환과 소아당뇨병 등 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와 자원한 여성의 난자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했으며 1년전에 비해 모든 과정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이와 같은 배아줄기세포는 거부반응에 대한 걱정없이 문제가 있는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고 질병의 연구 및 신약의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부시 대통령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파괴하는'어떤 법률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정치권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큰 쟁점이 되고 있으나 관련분야의 학자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도 이에 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생식의학연구소(CIRM)의 재크 홀 연구원은 "한국의 이번 연구성과는 우리가 줄기세포 연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긴급한 상황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의 더그 멜턴 공동소장은 자신도 동료 연구원과 함께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1형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도록 감독ㆍ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요리우리 신문도 23일 '해외의 진정을 방관해서 되겠는가'라는 사설을 싣고 "한국의 성공이 일본에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었다"며 일본정부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 신문은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치료용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 반면 일본에서는 인간복제로 연결될 수 있는 복제기술을 사용하는데 신중론이 강해 연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복제기술규제법 지침에서 관련 연구를 금지, 줄기세포 개발은 수정란 이용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 사설은 "국가 종합과학기술회의가 지난해 복제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 개발연구를 허용하는 보고서를 정리했으나 보고를 구체화하는 관계부처의 검토가 너무 신중을 기한 나머지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일본은 세계에서 뒤처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서 실용화될 경우 환자는 해외로 가 고액의 의료비를 내고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설은 "한국에도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생명윤리법이 있으나 정부가 미래의 실용화를 시야에 넣었기 때문에 의료분야의 응용에는 매우 적극적"이라며 "이번 연구도 정부자금이 투자됐으며 법률에 근거, 정부와 대학의 심사를 거쳐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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