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카나(Tuscana)는 로마시대부터의 와인 양조 전통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대표적인 고장으로서 이탈리아 와인의 중심지다. 키안티(Chianti),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등 DOCG(이탈리아의 와인등급상 최상급) 와인을 대거 만들어낸다.
특히 둥근 모양의 병 아랫부분이 밀짚에 싸여 있는 피아스코병에 담긴 키안티는 과실향이 풍부하고 맛이 경쾌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가히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투스카나의 고도(古都) 피렌체와 시에나 주변의 완만한 언덕에는 지금도 오래된 포도밭이 넓게 퍼져 있다. 우리 내외는 오랜 친구 부부와 함께 얼마 전 투스카나를 찾은 적이 있다.
먼저 시에나로 가는 도중에 탑(塔)의 마을로 유명한 상 지미냐노(San Gimignano)에 들렀다. 언덕 위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도시 안에는 중세 귀족들간 다툼의 흔적이라는 13개의 높은 탑들이 빽빽하게 솟아 있다. 언덕 주변에서 DOCG 화이트 와인인 베르나차 디 상지미냐노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목적지였던 중세의 고도 시에나 중심부엔 부채 모양의 칸포 광장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는 시에나 시청 뒤 레스토랑에서 고급 올리브 오일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들어진 쇠고기 요리를 먹었다. 식사와 곁들여진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와 조화를 잘 이루는 별미 요리였다. 잠시 시에나에 머문 후 일찌감치 피렌체로 돌아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일명 키안티 가도라고 불리는 길의 주변엔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어울려 있는 완만한 언덕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 곳은 키안티 클라시코의 산지로 더 유명한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핑크빛 지붕의 돌집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은 전원의 풍경을 연출했다.
피렌체를 20㎞쯤 남겨놓고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에 둘러싸인 언덕 위를 보면 고성(古城)이 하나 눈에 띈다. 5월의 노래라는 뜻의 비키오맛지오 성이다. 옛 롬바르디아 왕국의 성으로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다는 이 성은 지금은 키안티 클라시코의 양조장과 호텔로 활용되고 있다.
언덕 아래쪽 길가엔 검은 색 닭이 그려진 키안티 클라시코의 심벌이 세워져 있다. 이 심벌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피렌체의 외곽과 만나게 된다.
김명호 한국은행 전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