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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 대학·일반부 입선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나기주 <서울중구순화동152>
고와도 저리 고와도
풀빛으로 서럽던 산
잔으로 차오르는
하늘빛을 받아 안고
가슴의 붉은 배란이 터져
핏빛으로 물들다.
가슴을 열어보면
스며드는 파란 하늘
씻기는 시간들의
푸르른 풍장 사이로
계절이 내릴 때마다
물이 들어 섰구나
즈믄 해 고요로만
번지는가 저 솔빛
북새에 타오르는
먼 하늘 그리움으로
열 두폭 굽이친 사랑
강물 되어 흐른다.
이국헌 <전남함평군함평읍내교리268>
들끌에 바스라져 휘영청 트인 옛 터
결 고운 임의 숨결 훈김으로 서렸다가
소롯이 풀로도 돋고 나뭇잎 피우며 오더이다.
행여나 다칠세라 찰흙가루 깁을 깔고
섶을 이룬 뿌리맡에 헌걸스레 잠든 북악
밤이면 넉넉한 마음으로 이 가대다슬더이다.
끌끔한 깃고대에 휘감긴 천년 세월
고옵게 물이 들어 훤칠한 저 허위대
청초한 가을을 이고 조국은 늘 있더이다.
한밤중인 내 호수에 빛은 또 왜 닿는가
한끝동 단 인연끝에 덩굴 붓듯 엉키는 정
의기찬 서울 하늘 아래서 숨을 쉬는 이 흐뭇함!
배음인양 돌매 소리 흐르는 골짜기에
무담시 문양지워 애타게 하는 당신
차라리 부싯돌 되어 불이 붙게 하옵소서.
이상주 <대구시대성구읍동23의121>
하늘 끝 비질한 가을은
한뼘쯤 쓸려나고
튕기며 부르고 가는
저 싱싱한 노래여
산 높이 가장 여문 곳
옹어리져 사린 넋
칭얼칭얼 풀려나는
저 모시빛 안개 좀 보아
알몸을 태울수록
환하게 솎아내며
왼종일 물이 든 풀섶
북악산은 번진다
이상섭 <경기도안양시비산동146의4l0>
빚바랜 추녀끝에
미끄럼 타는 햇발
먼 눈으로 마주보면
산자락은 가까워도
장독대 옹근 항아리 속엔
넉넉히도 채운 하늘.
알알이 영글은 보람
산열매 익는 소리
기러기 합창 따라
산빛도 젖는 노래
천리 먼
마음도 외딴
누님 얼굴 떠오르고.
늦가을 빈 들판에
눈 흘기는 억새바람
산빛을 타고 앉아
꽃대궁만 흩날리고
나뭇잎
고운 숲자락
가을빛도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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