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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다시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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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과 북한이 6개월 만에 뉴욕에서 접촉함에 따라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 등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상황에서 북.미 접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평양의 입장 표명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 국무부의 조셉 디트라니 대북협상 특사와 제임스 포스터 한국 과장은 지난 13일 뉴욕에서 북한의 박길연 대사.한성렬 차석대사를 만났다.

◆ 접촉 배경=북한 조선중앙통신 8일 발표문에 대한 미국의 화답이란 성격이 짙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를 미국 측과 직접 만나 확인하고 최종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9일 CNN을 통해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화답한 뒤 디트라니 특사를 뉴욕에 파견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필터 없이' 확실하게 우리 정책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의 노력도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북한과 접촉할 것을 권유해 왔다.

또 아사히(朝日)신문은 20일 "중국과 한국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론을 비판하자 미국이 6자회담에서 고립될 것을 우려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접촉 내용=디트라니 특사는 크게 세 가지를 북한 측에 제시했다고 한다. 먼저 북한은 주권국가이고, 둘째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미 간 양자 대화가 가능하며, 마지막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과 경제 지원도 6자회담 안에서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8일자 발표문에서 요구했던 내용들이다. 미국 측은 동시에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사실도 전했다고 한다. 당근과 채찍 모두를 제시한 것이다. 박길연 대사는 "북한은 핵 실험을 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이 이를 과장하고 있을 뿐"이라며 "미국 입장을 평양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 전망=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일본 관방장관은 20일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김정일은 결코 미치광이가 아니다"며 북한이 협상에 나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에선 극적인 상황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 수뇌부가 이번 접촉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며 "북핵 사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북한이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6자 협의가 붕괴하는 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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