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부문 초청작이 주로 상영되는 뤼미에르 극장은 2400여석의 대형극장. 기자.일반시사회를 합친 이날 극장은 '만원 사례'를 하지는 못했다. 1층은 빈자리가 드물었지만, 2층에는 여기저기 빈자리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4분의 3정도 좌석이 찼다.
영화는 1시간 30분 동안 차분한 분위기에서 상영됐다. 외국인들이 홍 감독 특유의 생뚱맞은 유머를 번역된 자막으로 즐길 수 있을지 우려됐으나 동수(김상경)가 영실(엄지원)에게 갑작스레 사랑을 고백하거나, 상원(이기우)과 영실의 어설픈 베드신 장면 등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감독이 뒤틀어 놓은 '웃음코드'가 객석에 100%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다. 관객들은 시사회가 끝난 뒤 1분여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영화에 흠뻑 빠지기 힘들었던지 '의례적인' 박수처럼 느껴졌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감독의 전작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극장전'에도 호감을 표시했다.
오스트리아 디 프레스지 영화담당기자인 알렉산더 호워스는 "매우 건조하고, 핵심을 찌르고, 정확하고 분석적이며 군더더기가 없는 좋은 영화였다"며 "개인적으로 '극장전'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함께 홍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아지즈 탄 이스탄불국제영화제 사무차장은 "영화와 '영화 속의 영화'가 동일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이중 구조가 흥미로웠다"며 "얘기를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감독의 능력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홍 감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 월간지 '투포이 스틸'의 막달레나 심포크 기자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1일 시작된 칸영화제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경쟁 부문 수상작은 21일 오후 발표된다. 현재 미하엘 하네케의 '카셰', 짐 자무시 의 '망가진 꽃',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경쟁.비경쟁을 합쳐 칸에만 네 번째 초청된 홍 감독이 이번에는 트로피를 높이 치켜들 수 있을까.
칸=박경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