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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공부는 멀리하고 견성이 수행의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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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은거 30년 만에 나타난 춘천 현지사의 만현 스님. “화두 타파와 견성이 수행의 전부 아니다”는 그의 발언은 한국불교의 수행 전통에 대한 중대한 문제 제기다. 춘천=안성식 기자

1970년대 중앙 종단에서 활동하다 자취를 감춘 뒤 은거수행을 해온 스님이 30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불교정화 작업으로 유명한 청담 스님을 모시고 포교부장을 지냈던 만현 스님(69). 60년 부산에서 출가한 뒤 '법성 스님'으로 통했으나 법명까지 바꾸고 나타난 그는 새 책 '21세기 붓다의 메시지'(현지사)를 통해 불교계의 갱신을 요구하는 사자후를 토해냈다.

"선종.교종.밀교가 축소일변도로 뒤섞인 현재의 '통(通)불교'를 유일한 전통인 양 고수하는 지금의 수행방식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남방 근본불교.위파사나 등이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화두 타파와 견성(見性)은 겨우 수행의 첫 걸음인데도 그 이후 공부와 계율을 무시하는 태도도 문제다. 즉 내용과 외양에서 '마음 종교(心敎)'정도로 축소된 채 불교의 큰 세계를 잊어버린 자기망각이 더 근원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춘천 현지사에서 만난 그는 무엇보다 한국불교의 가장 큰 문제로 경전 등한시, 즉 교학에 대한 무지를 질타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마음 뿐이고 만족하는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라고 가르치면서 '법화경' '화엄경'에 언급된 지옥.극락과 불보살까지도 '교육용 발언' 정도로 무시하려드는 짧은 인식이 그 대표적이다.

"그 결과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씨가 그의 책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를 통해 큰 스님들을 '미친 ×'이라고 욕하고, 지옥과 극락은 없다면서 부처를 능멸해도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한다. 그것이야말로 부처님은 올바른 법을 비방하는 구업(口業)의 극치가 아니던가."

만현 스님은 "유학자 정도전이 '불씨잡변'을 통해 윤회설을 비판한 뒤 조선시대 불교가 대응을 못해 위축되온 상황의 반복이 지금 21세기 한국불교의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선.염불.계율은 부처님 생존 당시부터 강조된 출가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말했다. 이때 염불은 몇 해 전 입적한 청화 스님이 염불선과 다르다. 즉 청화 스님의 염불은 아미타불을 부르는 '실상 염불'인데 비해 자기의 염불은 부처님 법신(法身.우주 절대계에 존재하는 부처)을 외우는 칭명 염불이라서 수행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만현 스님은 "나의 불교비판은 지금의 불교가 9세기 당나라 선불교의 등장 이전의 흐름에 대해 더 충분하게 열리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의 발언들은 현대불교신문 등에서 일부 선보인 바 있다.

춘천=조우석 문화전문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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