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8)제75화 패션 50년(29)-한-일패션쇼 모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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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회에서 밝혔듯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의상제작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료를 받고 모델들 역시 모델료를 받은 한일친선패션쇼는 막상 무대에 오른후에도 우리에게 많은 차이를 느끼게 했다.
보통 한국에서의 패션쇼에서는 사회자에 의해 디자이너는 물론 모델의 이름이 몇번씩 강조되는데 비해 이 한일쇼에서는 프로그램에 이름이 나고 쇼 첫머리에 한번 소개되는 정도로 그칠뿐 거의 언급이 없는 것도 우리에게는 낯설었다.
일단 디자인료나 모델료를 지불했으니까 거래는 이루어진 것이고 따라서 쇼에 나오는 의상들은 어디까지나 주최측의 것이라는 철저한 비즈니스 정신의 발로인듯 싶었다.
발표회 석상에서의 의상 해설이 자칫 모델소개와 혼든되던 서울에서의 아마추어적 분위기는 물론 찾아볼수 없었고 디자인의 특징과 함께 소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또 한번 주최측에 대한 인식을 하게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의상자체에만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고 따라서 디자인의 특징이나 의상이 갖는 느낌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있는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이루어져서 효과적이었다.
동경에서의 친선쇼를 치르면서 역시 아트디렉터란 전문가에 의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흐름아래 기획·연출된다는것은 패션쇼의 수준향상에 꼭 필요한 것이란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같은 논리가 모델들에게도 적용된다는것을 느낀 것도 내게는 큰 인식이었다.
62년 서울에서의 15개국참가 국제패션쇼에서 외국모델들과 우리나라 모델들을 함께 데리고 일하면서 잠시 가졌던 느낌이 동경에서 확실해졌다고나 할까. 역시 패션 쇼의 모델은 패션 전문의 직업 모델이 서야만 제대로 효과가난다는 점이었다.
동경에 함께 간 우리측 모델들(강귀희 김의향 손양자 정태자)은 미스 코리아나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얼굴 생김새나 몸매가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출중한 미인들이었다.
함께 스테이지에 선 일본 직업패션모델들과 견주어도 우리쪽 모델들이 용모나 체격에서는 월등했다.
그러나 일단 스테이지에 올라가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역시 스테이지 워킹이나 포즈를 전문적으로 수업한 일본의 직업모델들이 스테이지 매너면에서 우수하다는것이 금방 드러났다.
자기가 입고나간 의상의 분위기나 특징을 잘파악해서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모델로서의 기본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냄은 물론이었다.
그러므로 패션 쇼가 한낱 구경거리나 눈요깃거리가 아닌, 보다 진지한 본래 목적에 충실하려면 출품의상을 입어낼 패션전문의 직업모델이 있어야겠다는 절실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정확히는 「한일친선을 위한 한국패션쇼」란 이름의 동경쇼가 끝나자 나는 이 쇼 기간동안 줄곧 같이 일했던 아트 디렉터로 패션평론가이기도 한 「이마이·기요시」(금정 청)씨에게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패션계가 좀 더 긴밀한 유대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이야기했다.
「이마이」씨는 내 의견에 적극 찬동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랜 문화복장학원과 우리 국제복장학원이 연쇄교를 맺도록 권유했다.
나는 이미 지난 60년의 세계여행과 대한복식연우회 일본양장계 시찰여행때 문화복장학원을 여러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으므로 「이마이」씨의 주선에따라 6월4일 「오오누마」(대소) 이사장과 정식으로 연쇄교로서 협약을 맺었다.
이때 다른 일로 동경에 와있던 편물디자이너 김순희씨가 자리를 함께 하게되어 김씨가 경영하는 제일편물학원도 함께 문화복장학원의 연쇄교가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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