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금사정 갈수록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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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월이후 현저히 나빠지고 있는 기업자금사정은 연말의 자금수요에 몰려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24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10∼12월까지 풀수 있는 자금 여유는 작년 같은때 보다도 적은 1조5천9백억원(국내여신)으로 월평균 5천3백억원정도가 풀릴 것으로 되어있다.
올해 총통화증가율을 당초 목표한 25%를 밀고나간다는 가정아래 정한 액수인데 날로 심각해지는 기업의 자금사정을 감안하면 돈을 더풀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라는게 한 당국자의 고백이다.
1조5천9백억원중에서3천4백억원이 추곡수매와 추갱예산집행을 위해서 정부가 쓸돈이고 나머지 1조2천5백억원이 민간부문몫이다.
이액수자체만해도 기업자금수요에 비하면 태부족인데다 국제수지의 적자로인해 1천5백억원가량이 빨려들 전망이고 또 12월중에는 정부가 4천억원의 국공채를 발행할 계획으로 있어 시중 돈사정은 숫자로 나타나는 것보다도 훨씬 핍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자금갈증이 더심해진 또다른 이유는 숫자에 잡히지 않으면서도 실제로는 돈을 더 풀어준것이나 다름없었던 정기예금 및 적금을 대출과 상계해주던 것을 금년 8월이후부터는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측은 지난해이후 약1조원의 예대상계를 해주었기때문에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게 그만큼의 돈을 기업들에게 더공급해준 셈이었다.
따라서 그동안은 총통화증가율이 25%선이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론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풀린 것이었고 이제는 예대상계를 안해주니까 풀리는 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어쨌든 기업쪽에서 보면 돈의 양이 부족한 것 뿐아니라 금리마저 올라가고있고 자금조달비용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사채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둘째치고 그나마젖줄을 대어온 회사채의 시장금리가 금년초의 21∼22%에서 최근 25∼26%까지 오르고 있고 12월의 국공채발행 러시까지 일게되면 더욱 오름세를 보일게 뻔하다.
단자시장에서 돈 구하는 일도 더 어려워졌다.
CP(기업어음)의 인기로 CP를 발행할수 있는 일부기업들만 자금사정이 괜찮아졌을뿐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자금이 그쪽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고 전체적으로도 금리부담만 올려놓았다고 불평이다.
CP에 4천8백억원가량의 자금을 모았지만 그바람에 단채회사의 자기발행 어음은 지난해말보다 7백억원가량이, 무담보기업어음 매출은 2천6백억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CP를 발행처 못하는 기업들에 돌아갈 대출재원이 그만큼 줄어든셈이다.
또한 기업들이 수출금융을 네고해서 단자회사에 맡기는 돈들이 많았었으나 수출의 부진으로 이것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모시중은행장은 『한계점에 이른 기업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정책금융을 제외하고도 월평균 1백억원이상이 신규대출로 나가고 있지만 기업사정이 워낙 나빠 태부족인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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