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교의 병설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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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한된 학교시설을 최대한 활용, 교육수요에 대처하려는 갖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도시의 과대학교 해소 책의 하나로 미니 학교를 설치한다는 구상에 이어 이번에는 시골 국민학교에 중학교를 병설운영 한다는 방침이 확정되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학생수가 점차 줄어드는 농어촌지역 국민학교의 시설이용으로 중학신설에 따른 예산부담을 줄이고 통학거리를 단축시킴으로써 진학률을 높여 중학의무교육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있다.
정부가 의무교육의 연한을 중학까지로 확대 실시한다는 원칙을 정한지는 오래되었다. 의무교육은 국가가 모든 청소년에게 인간으로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주면서 한편으로는 학부모나 학생에게 취학의 의무를 지우는 제도를 말한다.
선진제국이 다투다시피 의무교육의 연한확대와 내실화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국민의 전반적인 교육수준을 높이는 일이 고도산업사회의 실현이란 국가적 전략과도 합치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있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 나라에서도 중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한다는 원칙은 확정되었으나 그에 따른 막대한 재원을 염출하지 못해 이 계획은 지금까지 착수되지 못했다.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대도시일수록 교육시설이 크게 부족한 반면 도서벽지 등 농어촌지역의 학교시설은 오히려 남아돌고 있다.
앞으로 교육세 신설 등으로 교육재원은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렇다고 면 단위로 2,3개씩의 중학교를 신설할 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다.
문교부는 중학의무교육이 착수되는 4년 후의 전국평균 중학진학률을 98·8%로 잡고있다.
도시의 경우 중학진학률은 거의 1백%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농어촌은 통학거리 관계로 60%선에 머무를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가까운 국민학교에 중학교가 병설되면 통학상의 불편을 덜어주게 되어 중학진학률을 높이게 되고 예산의 추가 투입 없이 남아도는 시설의 활용으로 중학의무교육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된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농어촌지역에서 초·중 교를 병설 운영한다는 문교부의 방침은 수긍이 간다. 문제는 그럴 경우 교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으며 교육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모아진다.
현재 국민학교 교사 가운데는 상당수가 중학교사의 자격증을 갖고있다. 특히 4년 제 교육대학졸업생이 배출되는 84년 이후에는 모든 교원들이 중학생과 국민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되어 교사확보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게 문교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전에 할 일이 있다. 현재 초등교사와 중·고 교사간의 차등대우부터 철폐하는 일이다. 학력이나 경력이 같은 경우 국민학교에 봉직하건 중·고교에 봉직하건 똑같은 처우를 해야함은 당연하다. 동일호봉 제를 실시할 경우 연간 약7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사정은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뻔히 불합리한 줄 알면서 그 시행을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학교원자격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학의무교육이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평준화가 어느 정도는 뒤따라야 한다. 국민학교에 병설된 중학교를 나와도 고교진학에 불편이 없어질 만큼의 교육수준은 유지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초·중 교 통합교육은 내년에 각 도교위 별로 1개 학교씩을 선정해서 실험운영하고 연차적으로 모든 면 이하 지역에 확대 실시키로 되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이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하나씩 극복되어 중학까지의 의무교육의 기반이 착실히 다져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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