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가 두고 떠난 무한한 딸·손녀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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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 최인호 작가(맨 오른쪽)와 아내 황정숙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딸 다혜씨(맨 왼쪽), 손녀 성정원양.

“솔직히 말해서 할아버지는 천사야. (…) 할아버지 어깨 속에는 날개가 꼬깃꼬깃 접혀 있어.” 손녀에게 짓궂은 얘기를 던지는 장난꾸러기 할아버지, 고(故) 최인호 작가가 딸과 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은 글 『나의 딸의 딸』(여백)이 15일 출간됐다. 지난해 침샘암으로 타계한 그의 1주년(25일)에 맞춰 출간일을 정했다.

 최 작가는 작고하기 4년 전부터 책의 제목을 미리 지어 놓고 딸과 손녀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나갔다. 외모에 신경 쓰는 사춘기 딸아이 때문에 쩔쩔 매고, 신혼 여행을 떠난 딸의 빈 방에 앉아 눈물짓는 아버지 최인호가 책 속에 살아 있다. 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골몰하는 자상한 할아버지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에필로그에 소개된 고인의 글씨도 이채롭다. 그는 악필로 유명하다.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문학적 영감을 손이 따라갈 수 없어 그의 글씨는 춤추듯 꿈틀 댄다. 하지만 손녀에게 쓴 손편지 글씨는 온순하고 정갈하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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