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트 유해 무명용사 추모비 뒤 납골당에 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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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사의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고「사다트」 대통령의 유해는 10일 그가 저격당한 나스르 광장의 사열대 앞을 지나 맞은편에 세워진 피라미드형 무명용사의 추모비의 지하 납골당에 조용히 묻혔다.
사열대 앞에는 의장복에 착검한 기관단총을 사격자세로 쥔 30여 명의 특전대원들이 엄중히 경호하고 있었다. 20발의 적포가 울리며 미망인 「지한」여사와 두 딸이 오열하는 가운데 『81년 10월 6일. 원칙을 위해 순교한 전쟁과 평화의 영웅「사다트」대통령 사망하다』라는 짧은 금빛 아랍어가 새겨진 흑인 석판 아래로 그의 유해는 조용히 내려졌다.
「사다트」의 장례식에 모인 조객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닉슨」·「포드」· 「카터」 등 전대통령과 「헤이그」국무장관·「와인버거」국방장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의 대표만, 그리고 안식일의 유대율법에 따라 용감하게도 도보로 장례식에 참석한 이스라엘의「베긴」수상이었다.
「베긴」수상이 한때 적군이었던 군인들 사이를 직사광선을 받으며 1㎞가량 걸어서 나간 것은 아랍세계에서 「배신자」로 몰려가며 초지일관한 동료정치가에 대한 너무나 인간적인 경의의 표시였다.
「사다트」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마지막 말은 암살자들이 그를 향해 발포하는 순간 나온 『안돼(노)』였다고 미망인「지한」여사가 공개.
「지한」여사는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사다트」대통령은 폭력적인 죽음을 맞을 것을 미리 예상했었으나 이를 무시한 채 방탄조끼도 입으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례식이 거행된 다음날 기자가 「사다트」의 묘지를 찾아갔을 때 그곳엔 예상외로 20여 명의 시민들만 모여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카이로=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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