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타계 1주년… 딸과 손녀에 대한 무한 사랑 담은 『나의 딸의 딸』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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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할아버지는 천사야. (…) 할아버지 어깨 속에는 날개가 꼬깃꼬깃 접혀 있어.”

손녀에게 짓궂은 얘기를 던지는 장난꾸러기 할아버지, 고(故) 최인호 작가가 딸과 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은 글 『나의 딸의 딸』(여백)이 15일 출간됐다. 지난해 침샘암으로 타계한 그의 1주년(25일)에 맞춰 출간일을 정했다.

최 작가는 작고하기 4년 전부터 책의 제목을 미리 지어 놓고 딸과 손녀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나가고 있었다. 책엔 딸이 유치원을 다닐 무렵부터 시작한 손녀와의 일화가 가득하다.

외모에 신경쓰는 사춘기 딸아이 때문에 쩔쩔 매고, 신혼 여행을 떠난 딸의 빈 방에 앉아 눈물짓는 아버지 최인호가 책 속에 살아 있다. 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골몰하는 자상한 할아버지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자세한 상황 묘사와 섬세한 감정이 문장마다 배어 있는 걸 보면 딸과 손녀에 관한 글을 그가 평소에도 써왔음을 알 수 있다.

표지와 삽화에 들어간 그림은 딸 다혜씨의 작품이다. 최 작가가 특히 아꼈던 그림들 중에 골라 담았다. 그는 생전 다혜씨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고 자랑스러워했지만 자신의 책에 딸의 그림을 넣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부탁을 한 적도 없다고 한다. 딸에게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염려때문이었다.

책의 에필로그에 소개된 최 작가의 글씨도 이채롭다. 사실 그는 악필로 유명하다.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문학적 영감을 손이 따라갈 수 없어 그의 글씨는 춤추듯 꿈틀댄다. 하지만 손녀에게 쓴 손편지의 글씨는 온순하고 정갈하다.

책 출간과 함께 최 작가 타계 1주기 추모전시회 ‘최인호의 눈물’이 오는 19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육필 원고와 편지, 애장품ㆍ영상자료 등이 전시된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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