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찰 드러나면|7년이하의 징집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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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삼성동 여대생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16일동안 경찰조사를 받았던 J군은 풀려났으나 법률적인 후유증은 아직 남아있다.
장기간의 동반수사기간 중 J군이 받았다는 「부당한 대우」(가족주장)에 대해 가족들은 법 절차를 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고 『다시는 선량한 시민이 이 같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임의동행 형식의 장기동반수사에 대한 민·형사책임, 관계경찰관들의 책임문제, J군 귀가조치의 법률적인 의미 등을 따져본다.

<형사상 문제>
현형형법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 직권을 남용해 어떤 사람을 불법체포·감금했을 경우 7년이하의 징역·10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124조). 또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을 때는 폭행가혹죄가 적용돼 5년이하의 징역·10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다(형법125조).
J군은 경찰에서 조사기간 중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미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기 때문에 협의해 법률적인 책임을 따질 수 있다.
또 조사기간 중 경찰이 보도진에게 사진을 찍게 하고 진술내용을 알려 준 것도 피의사실 공표죄(형법126조·2년이하 징역·5년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있다.

<민사상문제>
J군측은 『경찰의 불법적인 구속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말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했으며 그간 학교에도 못 가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가배상법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있을 경우 손해를 본 사람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소송대상은 국가.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직무상 불법행위」를 한 공무원 개개인을 상대로 따로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형사보상금을 받고도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를 해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J군의 경우 재판부가 경찰의 행위를 「직무상 불법행위」로 간주하느냐가 승소와 패소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사례>
지난 77년 3월 경찰의 고문으로 살인을 허위자백, 4백20일동안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김영섭씨(37·노동·충남 보령군 대천읍)가 보령경찰서 수사과 직원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
원고 김씨는 72년10월 대천읍에서 발생한 여인피살사건의 범인으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10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과3심에서「가혹 행위로 인한 허위자백」으로 구속된 사실이 밝혀져 무죄판결을 받고 구속 4백20일만에 풀려났었다.
김씨는 바로 국가로부터 16만8천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으나 자신의 심신에 대한 피해보상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고문 경찰관 5명을 상대로 따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던 것.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김씨가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분명하므로 형사보상금과는 별도로 피고는 원고에게 1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


J군이 당초 경찰에 불려갈 때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임의동행」형식으로 갔다가 풀려난 것이기 때문에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 불과할 뿐 피의자는 아니다.
6일하오 검찰이 귀가시키도록 결정하면서 『J군이 범인이라는 직접 증거가 없어 귀가시키도록 한 것이며 입건여부는 경찰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검찰은 J군에 대해 혐의의 유무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단계에서 J군이 법률적으로 무혐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즉 앞으로 경찰이 수사를 계속, J군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새로운 증인이나 증거물을 찾아낼 경우 사태는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오홍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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