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호랑이·까치·진도개 등 검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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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올림픽대회의 마스코트는 어떤 것이 좋을까. 개최국 조직위원회에서 올림픽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60년 로마올림픽 때부터이다. 늑대 2마리를 심벌로 내세웠는데 이 늑대는 로마를 건국했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형제에게 젖을 먹여 키웠다는데서 비롯된 것. 64년 일본에는 후지(관사) 산이 마스코트 구실을 했으나 산 동물이 아니어서 심벌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72년 뮌헨올림픽 대회에서는 독일인들이 가장 많이 기르는 머리를 덮은 큰 귀에 긴 허리, 그리고 짧은 다리를 지닌 「검은 개」였고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아미크」라는 애칭이 붙여진 「비버」(해리) 가 마스코트 구실을 했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제정 러시아 때부터 소련인의 상징으로 여겨오던 북극곰이 등장됐다.
덩치가 큰 북극곰을 「미샤」라는 이름을 붙인 「아기 곰」으로 만들어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게한 것도 히트.
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대회의 상징은 미국대통령 문장에 등장하는 독수리 「샘」.
한편 서울올림픽대회의 심벌은 호랑이·까치·진도개 등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두드러진다. 민화와 전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호랑이는 현재 거의 멸종했지만 가장 친근하고 우리민족과 함께 살아온 동물이다.
까치 역시 기쁜 소식을 전할뿐만 아니라 인가 근처에서 살면서 해충을 없애주는 길조로 손꼽혀왔고 한 때는 나라 새로 정하자는 의견도 대두된 적이 있었다. 진도개를 마스코트로 정하자는 주장은 우리 나라밖에 없는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이다.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최정우(국립중앙박물관장)-호랑이가 어떨까 한다. 물론 옛날에는 많았으나 지금은 없기 때문에 심벌로서 난처할지 모르지만 호랑이만큼 우리의 생활에 밀착된 동물도 드물 것이다. 또 꿩 가운데는 목에 흰 테를 두른 우리 나라만 있는 꿩도 있으니 이것도 고려했으면 한다. 호랑이를 더러는 만주 시베리아산과 같다고 해서 우리 나라만의 동물이 아니라고도 하지만 그런 것까지 재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조자용(「에밀레」 박물관장)=로스앤젤레스 올림픽대회에 내가 전시하고자하는 작품은 『행복의 수호신』이라는 주제아래 복을 가져오고 액을 막는 부적·방울·거북 등이다. 이와 함께 호랑이 그림을 전시하려고 하는데 호랑이도 무서운 그림이 아니라 만점에 등장하는 웃는 호랑이를 전시하겠다. 따라서 활짝 웃을 수 있는 효과와 함께 용맹스러운 모습을 지닌 호랑이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송수남(홍대 동양화과장)=서있으면서도 허리를 구부린 호랑이는 도안으로 매우 좋다고 본다. 친근하게 그릴 수 있으며 결코 무서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임석재(민속학자)=대통령의 문장인 봉황이 좋을 것 같다. 용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이어서 마스코트로 알맞다고 본다. 그밖에 12간지에 나오는 동물을 올림픽이 열리는 해와 말에 맞춰 선정하는 방법도 좋겠다.
▲천경여(화가)=우리 나라에는 인왕산 호랑이라는 말이 있고 호랑이에 대한 전설도 많고 또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그래서 맹호부대라는 명칭도 있었지 않은가. 호랑이를 해태처럼 그리면 친근해 질 수가 있다.
▲황수영(문화재위원장·동국대대학원장)=우리 나라의 새로 알려진 까치가 좋겠다. 까맣고 흰 색깔을 띠면서도 예쁜 새다.
신라 때부터 까치에 얽힌 전설이 많았고 또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이니 마스코트로 적당하다.
▲민경갑(화가)=진도개 까치를 추천하고 싶다. 진도개는 우리 나라밖에 없고 까치는 민화에도 많이 나오고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이니 좋다고 본다.
▲김우중(고인·체육학)=한국적인 것이 마스코트로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살고있는 동물이어야 하지만 호랑이가 좋다고 생각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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