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진출 물건너 가나"… 속타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낙관하던 일본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이 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상임이사국 확대문제는)기한을 정하지 않고 폭넓은 합의 하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9월 유엔총회때까지 속전속결로 결착을 내려던 일본의 방침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믿었던 미국이 이렇게 나온데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반일 운동'이라는 역풍을 만났다.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일 정부는 대외적으론 "미국이 이제까지 비공식 자리에서 해왔던 주장"(기타오카 신이치 유엔차석대사)이라며 애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일 외무성 관계자도 "대세에 지장은 없다.유엔 개혁은 미국만의 힘으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 정부는 "미국의 본심이 드러났다"고 판단하고 있다.상임이사국에 일본이 들어올 때의 이점보다 미국에 비우호적인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이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의 불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을 미국이 내린 것으로 일본은 분석한다.

그러나 일본으로선 지금까지 공조체제를 구축해 온 독일.브라질.인도 등과 결별하고 다른 수를 찾아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 정부는 독일 등과 상임이사국 확대 결의안을 공동 제출,6월까지 채택될 수 있도록 전방위 외교를 펼친다는 방침을 굳혔다.26일 브라질의 라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논의한다.191개 가맹국을 대상으로 지지세력을 압도적으로 확보하게 되면 불리한 싸움만도 아니라는 게 일본의 판단이다.최근에는 중량급 인사들로 6개 지역 '유엔개혁지역담당대사'를 임명해 막판 세 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일 정부는 '표밭'인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한다는 작전이다.

11일에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을 만나 콜롬비아.과테말라 등 중남미 3국에 정부개발원조(ODA)를 주기로 약속했다.또 22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는 21년간의 내전이 끝난 수단의 재건을 위해 1억달러의 복구자금 제공이라는 선물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이와 동시에 미국에 대해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직접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간관계와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내세워 막판 설득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또 중국에 대해선 22일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 때에 후진타오 등과 접촉기회를 만들어 모종의 '선물'을 준비하는 안도 대두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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