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이제는 '한집 살림'으로 융합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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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정책연구센터 이준혁 팀장

"등산가가 높은 산을 보면 자꾸 오르고 싶어지듯이 의사는 부은 편도선을 보면 자꾸 자르고 싶어지는가 보다. 이럴 때 의사의 신념은 '거기에 편도선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다."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저자 미국 의학박사 로버트 S. 멘델존)

급증하는 현대인의 만성질환 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난치성질환의 치료에 있어 종종 ‘현대의학의 한계’가 거론된다. 환부를 도려내거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현대의학만으로는 모든 질환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의학정책연구센터 이준혁 팀장 역시 최근 연구원 웹진을 통해 ‘동서의학의 창조적 융합’이 곧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팀장은 “의료의 패러다임이 질병의 치료로부터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미래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동서양 의학과 대체의학을 접목한 통합의학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통합의학을 추진 중인 해외 움직임에 주목했다. 미국은 1994년부터 이미 통합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메릴랜드대학과 같은 주요 대학병원과 메이요의료네트워크 등의 병원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통합의학센터 설립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2011~2015년까지의 12차 경제발전5개년계획을 통해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접목을 명시하고, 국가 주도로 통합의학을 추진 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양‧한방의 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천연물신약 처방권, 의료기기 사용 등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이 팀장은 역시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기 위한 결혼조차도 그렇게 어려운데 역사적·학문적 배경이 다른 두 ‘의료’가 하나가 되는 것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밝히며, 세 가지 측면에서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로 문화‧기술‧정책적인 측면의 노력이다.

먼저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의학의 과학적인 분석모델과 전통의학의 경험적인 전체론적 관점에 대한 상호존중과 이해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 팀장의 의견이다. 우융합의료에 참여하는 각각의 주체들이 서로를 존중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수 있다는 것.

기술적 측면에서는 한·양방 치료의 상호작용 검증, 융합의료의 포괄적인 효과에 대한 질환별 근거 구축 등이 언급됐다. 이 팀장은 “이를 위해서는 융합의료와 관련된 R&D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며 “정부는 올해부터 양·한방 융합 R&D 사업에 연간 약 36억 원의 투자를 시작하였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측면에서는 “정부가 주관하고, 현대의학계와 한의학계가 참여해 만든 ‘융합의료육성법’과 ‘융합의료육성계획’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융합의료를 위한 인력개발, 산업육성, R&D 및 인프라·제도 등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 팀장은 “동양의학의 전체론적인 관점과 서양의학의 분석적인 접근법이 조화를 이룬다면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새로운 의학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리나라가 동서의학의 학문적·기술적 융합을 촉진하고,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융합의료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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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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