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식품 언제 없어지나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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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전히 부정식품을 만들어 팔던 업자들이 구속·입건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엔 유해생선묵과 불결한 얼음·불량고추장을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왜 이렇게 부정·불량식품이 끊일 날이 없는지 불쾌감을 지나 이젠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살림이 좀 펴이면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우리 주변은 온통 식품공해에 둘러싸이게 됐다. 가짜 보리차·유해안주·수은콩나물·석회두부·독성 연육소, 거기다 폐유참기름·유해색소단무지·톱밥고춧가루·대장균우유.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남들처럼 식생활문화를 말하고 식품공업의 발전을 뒤쫓아가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건강을 해치는 음식, 병을 일으키는 음식만은 먹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일찌기 5대사회악의 하나로 지목돼 벌써 단두대에 올랐어야할 부정식품이 날이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우선 식품제조·가공업자들의 비양심적 영리행위가 문제다. 이번 경우만 해도 신선한 생선으로 만들었어도 가공·유통과정에서 변질될 우려가 많은 생선묵을 이미 상한 생선으로 만들었으니 대장균이나 불순물이 생기지 않을리가 없다.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비위생적 원료를 사용하는 업자들의 폭리욕이 불식되지 않는한 이땅의 부정식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짜 참기름의 경우도 폐유에 화공약품을 섞어 만든 전례가 있는데 이것은 완전한 사기행위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또 업자들의 무지와 당국의 소홀한 단속도 문제다. 허술한 설비에 불결하기 짝이 없는 공장을 차려놓은 식품제조업자들은 거기서 만들어지는 식품이 국민보건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대부분 모르고 있다.
우리의 식품 위생법과 그 시행령에는 분명 식품의 제조기준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들 영세업자들이 법을 제대로 알리가 없다. 우리가 습관처럼 먹어오던 것과 모양·냄새·색깔이 비슷하면 그걸로 적절한 상품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가 보다.
한편 소비자들의 무관심과 무지도 지적하고 싶다. 주부들도 모르고 유해 식품을 사는 경우가 많으며 식당 등 대량 소비처는 당연한 것처럼 조악한 식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런 풍토가 부정식품의 온상이 되고있다.
이제 당국도 정말 실임과 사명감을 갖고 부정식품의 발본색원에 나설 때가 됐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은 유해식품 제조자에게 엄벌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주고 있다. 부정식품 제조업자는 단속되는 대로 엄히 응징하는 것이 고질을 뽑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 허술한 설비에 전문가도 없는 업소가 어떻게 설치 허가를 받았는지 현행법의 맹점도 보완돼야 한다. 더구나 일반 식품업소의 인허가가 수월해지면서 당국은 이제야말로 사후감독에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
유해식품 제조를 막는 사전·사후대책으로 근대화한 식품검사소를 설치하는 일도 긴요하다. 정부는 이 검사소롤 통해 식품제조업소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에게도 올바른 식품제조법과 사용법을 계몽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나 국민이 국민보건에 주는 부정식품의 위험을 철저히 인식해야할 것이다. 수은이 섞인 식품을 거듭해 먹을 경우 몸안에 쌓인 수은은 전신마비나 기형이 되는 것은 외국의 실례가 있다. 당장 아무 일이 없다고 안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특히 식품제조나 가공에 반드시 들어가는 발색제·방부제·감미료·표백제에는 필연적으로 유독 성분이 포함돼 있어, 극소량이라도 허용치가 넘으면 식중독이나 의식불명을 가져오는 것이다.
식품은 소비자가 온 국민이라는데서 잘못 만들어진 식품의 피해도 국민전체로 확산된다. 이번 기회에 결단력을 발휘해 부정식품의 뿌리를 뽑아야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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