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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닥친 「레이건」의 균형예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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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대통령이 공약한 미국연방정부의 균형예산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경제정책의 이론과 실제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레이건」의 균형예산론에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레이거노믹스」가 벌써부터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레이건」의 약속대로라면 80회계연도에 5백96억달러의 적자였던 연방예산이 그의 1차임기가 끝나는 84회계연도말에 가서는 5억달러의 흑자가 된다. 그러나 백악관의 관리들조차도 그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레이건」의 경제정책 가운데 어느 일각이 무너져도 84회계연도에 오히러 7백8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측도 있다.

<백악관관리도 장의>
미국의 적자예산은 만성적이고 만성적이다. 69년도에 32억달러의 흑자였던 것이 70년대에 들어와 계속 적자일로를 치닫고 있으며, 아울러 국제경쟁력의 약화와 생산성의 하락으로 인한 수출부진과, 높은 인플레와 실업사태로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 불리는 「레이건」의 경제정책은 연방지출의 감축을 통한 균형예산의 달성, 투자장려와 생산성 확대,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재건, 그리고 인플레와 실업률 감소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레이건」이 미국의 군사력강화를 또 다른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에 연방지출의 삭감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따라서 사회복지부문에서의 삭감이 불가피한데 이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레이건」의 균형예산론이 구조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산의 22%(연간 1천5백40억달러)를 차지하는 사회복지부문의 예산이 물가상승률에 연계되어 자동적으로 확대되고있다. 인플레 상승률이 연간 1%포인트라면 약 40억달러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연방정부의 부채에대한 이자 또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내년도만해도 1천90억달러를 이자로 지출해야되는데 그나마 고금리로 추가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자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26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해진다. ▲점진적인 실업률의 증가는 연방정부에 새로운 부담을 안겨준다.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실직수당 등 사회보장비용이 모두 연방예산에서 지출되기 때문이다.

<법개정전망 어두워>
실업률이 1%포인트 증가되면 연방정부는 90억달러 중 추가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연간 예산의 약77%(82회계연도의 경우에는 5천4백억달러)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손댈 수 없는 예산이기 때문에 최소한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어쩔 도리가 없으며, 그나마 법개정의 전망이 극히 어둡다.
또 다른 문제는 「레이건」의 감세정책이 지나치게 성공적이었던 것이 오히려 그에게 멍에가 되고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미 의회는 「레이건」이 제의한 개인소득세 25% 감세안을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82∼84회계연도 중에 총액 2천8백3억달러를 깎으라는 일괄감세안마저 통과시켜버렸다.
의회는 또 85회계연도부터는 생계비 상승분만큼을 자동적으로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러한 감세법은 개인을 보호해 줄지는 몰라도 연방정부의 예산을 적자로 몰고있는 한 요인이다.
「레이건」이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도 적자예산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그의 종합적인 경제정책이 성공할 경우 미국경제가 인플레를 누르고도 향후 3년간 4·3%나 성장할 것이라는 계산에 근거한다. 그러나 「레이건」의 경제 자문역 「앨런·그린스펀」조차도 최근 경제회복추세에 의문을 표시하고있는 판에 균형예산의 달성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금융가도 신뢰 안해>
「레이건」은 향후 3년간 8백90억달러에 이르는 예산감축계획을 세워 미역사상 최대규모의 예산감축안을 의회에 통과시키는데 성공하고도 82회계연도(10월1일시작)동안 1백50억달러를 더 삭감하기로 결정하는 등 경제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시장은 아직도 「레이거노믹스」에 완전한 신뢰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변덕스럽고 이같은 불안은 주가의 하락에 잘 나타나고 있다. 「레이거노믹스」가 시련을 극복할 것인지는 아직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레이건」은 말한다. 『우리는 경기회복이 쉽다거나 조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한바 없다. 우리는 끈기있게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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