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청도 송전탑 돈봉투는 직원 개인 돈"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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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희 전 경북 청도경찰서장을 통해 추석 명절 기간에 주민들에게 전달된 돈이 “한국전력 직원의 개인 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한전 대구경북지사장 등 직원 5명을 불러 돈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이들로부터 “회삿돈이 아니라 개인 돈”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직원의 개인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위로금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직원들의 진술대로라면 청도 주민 7명에게 경찰서장을 통해 전달된 1700만원이 업무추진비 등 한전의 공식 계좌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170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직원이 사비를 털어 충당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한전 직원들이 진술한 통장 인출 금액이나 시점 등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돈의 출처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일각에선 한전 측이 돈 봉투의 출처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할 경우, ‘청도 송전탑 돈 봉투 살포 사건’이 한전의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개연성도 제기된다. 한전 대구경북지사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로비하기 위한 용도로 별도 자금을 조성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에 착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돈 봉투가 만들어진 정확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돈봉투가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경로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일과 9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온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에 거주하는 할머니 7명에게 이현희 전 서장을 통해 100만∼500만원씩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은 이 전 서장을 즉각 직위 해제했으며, 본청 차원의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강현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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