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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토성을 되찾아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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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는「고향」을 상실한 시대다. 오늘날의 대도시화·기계화·집단화·중앙 집중적 체제 등은 전통 문화· 향토 문화에서도「고향」을 잃게 만들고 있다.
『문화란 밑으로부터 위로 성해 오르는 것이다』 라는 말을 빌지 않더라도 한 겨레문화의지역적 균형발전과 보편화는 당연한 것이다.
한국문학 평론가협회(회장 조연현)는 현대문화의 핵심 속에서 향토성을 찾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19일 인천 올림포스 호텔에서 『현대문화와 향토성』 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다. 협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 세미나에서는 『전통문화 및 향토문화의 현대적 계승』 (전규태· 연세대), 『현대문학과 향토성』 (정창범·건국대),『미술에서의 향토성』 (오광수· 미술평론가), 『향토음악의 오늘과 내일』 (김순제·인천교대)등이 발표된다.
전규태 교수는 발제 강연에서 향토문화는 그 나라 또는 그 지방민의 기질·생각·생활양식, 그리고 역사가 바탕이 되어 이룩되며 주변의 문화와 환경에 영향을 입어 발전 또는 변용되고 고도화되면서 하나의 문화층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옛 것, 우리 고장의 것이라고 모두 향토문화로 계승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인위적인 취사선택이 필요하다면서 선택의 기준은 마치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인 것처럼 「옛날적인 동시에 오늘날에도 작용되는 것」으로 전통문화에 기초를 두어야한다고 말했다.
또 향토문화는 발굴·계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도록 널리 보급되어야하며 의식적으로 순화 ,정제되는 것이 선진 여러 나라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토문화나 전통문화가 주변의 문화와 접촉하면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고유의 특수성만을 고집하면 독단적인 쇄국주의나 쇼비니즘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보편성만을 앞세우면 주체성 없는 「무국적문화」로 전락하게 될 염려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문학의 병용에는 반드시 특수성을 잃지 앓으면서 보편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전 교수는 지방문화를 체계적으로 분석 검토·정리·종합하는 작업은 각 지방대학 연구소를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창범 교수는 『현대문학과 향토성』 에서 이광수의 「무정」 「유정」 에 한국적 의식이 투영되고 있지만 향토의식은 보이지 앉았으며 1930년대에 이르러 작가들이 다루어 농촌을 현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O년대 작가들은 일본 색으로 채색된 도시를 묘사함으로써 야기되는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의 농촌을 그렸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의 경우 소설에 비해 향토색이 짙었으며 김소월·김영랑·신석정·박목월 등은 초기 작품에서 이미 자기향토를 굳혔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문학이 농촌을 소재로 한국인의「참다운 고향」을 제시해주는 것은 독자들의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시켜 주는 일이기 때문에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광수씨는 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술관계 학과의 90%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서울에 오지 앓으면 미술수업이 불가능했으며 지방출신 신진들도 공부가 끝난 후 서울에 머물러야 그들의 활동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따라서 7O년대 후반 미술계 대학의 지방분산 정책은 지방미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 지방 화단이 그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념을 지향하지 못하고「서울의 재판」으로 빠져드는 것은 시정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한 남화산수의 전통형성과 30년대 후반 대구지방의 수채화 붐과 그 전통은 우리 나라 미술발전과 지방특유의 성격 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제 교수는 우리의 향토 음악 중 민요는 창가가 사라짐에 따라 소멸위기에 있으며 노동요는 기계문명의 발달로 노동양상이 바뀜에 따라 급격히 소멸되거나 노래내용이 바뀌고있어 이에 대한 발굴·보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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