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독립운동의 영웅|『간디』옹의 일대기 영화화|영 감독 「어텐버로」18년만에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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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폭력 저항운동의 창시자이며 인도 독립운동의 영웅인「간디」옹의 일대기가 처음으로 영화화되었다.
영국 영화 감독「리처드·어텐버로」(『멀고먼 다리』의 감독) 가 18년 동안의 집념 끝에 완성한 이 영화는 2천만달러(약1백40억원)의 제작비가 든 대작인데 현재 편집중이며 내년 여름쯤 개봉될 예정이다.
「간디」역은 인도 계 영국인으로 「셰익스피어」극단의 전속배우인 「벤·킹즐리」가 맡고있다.
「어텐버로」감독은「간디」의 영화화 제의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간디」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는데 그의 전기를 읽고 난 다음부터 그의 인간 됨에 심취되어 이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재가 대중성이 적은데다가 젊은 세대가 「간디」의 이름조차 모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투자가들이 선뜻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집을 저당 잡히고 『멀고 먼 다리』의 선수금을 합쳐 준비기금으로 썼다.
영화는 「간디」가 남아프리카에 도착한 1893년부터 그가 힌두교 광신자의 총탄에 쓰러진 l948년까지 54년간의 생애를 그리고 있다. 젊고 유망한 변호사로 시작해서 2억 인도인의 지도자가 되는 파란 많은 생애를 3시간의 필름에 담는데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얼핏 이 비폭력주의자의 생애에는 영화의 필수적인 액션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예컨대 영국군의 총탄에 맞아 3백79명의 인도인이 사망한「암리사르」무저항 시위는 관객의 피를 끓게 한다.
그러나 영화의 대부분은 평화적인 성인「간디」의 내면적 힘이 어떻게 일상생활에 드러나며 그 힘이 수많은 사람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가를 보여준다.
「간디」역을 맡은「킹즐리」는 단식투쟁으로 갈비뼈가 드러난「간디」의 모습을 닮기 위해 단식과 요가를 했다. 또 물레를 돌리는 방법도 배왔다.
깎은 머리에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은「간디」로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마지막 장면인「간디」의 장례행렬에는 20만 명의 인도 현지 주민들이 몰려 왔다. 그들은 마치 30여년 전의 그때「간디」의 영현을 전송하듯 「간디」의 모형에 꽃을 던졌다. 그러나 그 많은 군중 속에서 옛날의 반영감정이 폭발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던 제작진의 우려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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