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에|멕시코출신의 풋내기 왼손투수 「발렌쉘라」 선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타격에서도 큰 몫>
유례없는 장기파업 끝에 열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프로야구에 『페르난도·피버』(페르난도열풍)로 불리는 일진광풍이 초봄에 이어 또다시 휘몰아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의 서부지역에 속해있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즈팀의 왼손잡이 신인투수인 멕시코출신의 「페르난도·발렌쉘라」(20)가 화제의 주인공.
「발렌쉘라」는 지난 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팀과의 경기에서 5-0으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올 시즌 7번째의 완봉승을 장악, 내셔녈리그 신인타이기록을 마크했다.
「발렌쉘라」는 이 경기에서 타격에서도 맹위를 보여 2타수1안타에 3타점, 1득점을 올려 기염을 토했다. 『나의 선수생활 중 3타점은 처음이다. 이제부터 투타에서 내 페이스를 지켜나가겠다』며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상당히 흥분했다.

<삼진 백44개, 1위>
「발렌쉘라」는 7번째 완봉승과 함께 3연승을 기록하면서 9일 현재 내셔녈·아메리컨리그를 통틀어 12승으로 최다승을 세우고 있다. 그는 12승4패로 최다승 외에 1백44개의 삼진을 탈취, 메이저리그 삼진탈취기록부문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발렌쉘라」는 현재 1백47회를 던져 1백44개의 삼진탈취와 1백5개의 안타허용으로 12승4패에 방어율 2·51(내셔널리그 15위)를 기록하고있다.
지난해 중반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발렌쉘라」는 2게임 완봉승에 무패로 16개의 삼진을 뺏는 등 대기로서의 자질을 보였었다. 그는 올 시즌 들어 파죽의 8연승을 올리면서 신인투수로 36년만에 연승타이기록을 수립하는 등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찬미가 작곡까지>
이 같이 멕시코에서 건너온 흡사 마카로니웨스턴 영화에 나오는 「페르난도·산초」와 비슷하게 생긴 풋나기가 1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프로야구계를 뒤흔들어놓자 『「로버트·레드퍼드」(미영화계에서 최초의 1편 출연료 5백만달러의 배우)가 「발렌쉘라」를 모른다고 하면 「발렌셀라」도 「레드퍼드」를 아마 모를 것이다』라는 말이 나돌 지경이었다.
그런가하면 그를 찬미하는 노래가 작곡되고 「발렌쉘라 T셔츠」가 만들어져 불티나게 팔렸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지는 그를 찬미하는 사설을 게재했고 로스앤젤레스 헤럴드이그재미너지는 그의 별명을 현상공모에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특이한 것은 스포츠광인 「로널드·레이건」대통령이 파업중이던 7월달에 그를 백악관으로 초대, 만찬을 같이 한 것이다. 미국스포츠사상 우승팀이거나 선수도 아닌데 이같이 대통령이 초대한 것은 파격적이었다는 얘기다.

<마구로 불리기도>
지난 시즌 말 연봉 12만달러로 스카우트된 키1m80㎝의 몸무게 86㎏인 「발렌쉘라」의 주무기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크루볼. 이 스크루볼은 좌완투수의 주무기로 커브볼의 일종인데 회전방향이 이와 반대여서 타자들을 괴롭혀 마구로 불리고 있다.
그렇지만 「발렌쉘라」의 가장 강력한 힘은 신인으로 보기 힘든 『컨트롤, 자신감, 침착』 등 투수의 절대요건이 뛰어나다는 전문가들의 평이다. 특히 『발렌쉘라열풍』은 소수민족인 스페니시계들의 사기를 고무시켜 주고있다.
다저즈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페니시계 방송국은 멕시코는 물론 중남미지역에까지 이 대전을 중계하는 등 법석을 떨고있어 올 시즌 내내 「발렌쉘라」는 「태풍의 눈」이 되기에 충분하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