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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돔, 하마스 로켓 100% 못 막는데 … 대피소 안 가고 사진 찍어 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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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스라엘은 대체로 양극단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분노하거나 감탄하거나.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만 해도 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희생당한 게 전자의 사례라면 하마스의 수천 발 로켓포를 막아내는 ‘아이언돔’은 후자랄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 아래에 있는 우리로선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이언돔의 아버지’로 불리는 예비역 준장 대니얼 골드(사진) 박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선 그래서 개발 과정 못지않게 한국에 적용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아이언돔은 굉장히 유연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골드 박사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연구개발 부서의 총책임자로 있던 2004년 하마스의 로켓을 공중에서 격추하자는 아이디어를 채택한 뒤 수년 만에 아이언돔으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통상 무기개발 프로젝트가 수십 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때론 결재 라인을 우회하기도 해 이후 감사 과정에서 지적 받기도 했다. 그 때문에 그를 “돈키호테”라고 칭한 이스라엘 언론도 있다.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 미사일이 지난 7월 10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쏜 로켓포를 요격하기 위해 날아가고 있다. [중앙포토]

 - 개발 기간이 짧았던 건 관련 연구가 선행됐기 때문인가.

 “지대공 미사일 등 개발 경험이 있긴 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로켓처럼 빠른 중·단거리용을 요격하는 기술은 없었다. 미사일 자체에 눈도 두뇌도 있어야 했다. 동시에 매우 싸야 했다. 모든 면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하마스의 로켓은 빠르면서 변칙적으로 움직인다. 크기도 30㎝ 이내다. 맞히기도 어렵고 설령 맞힌들 수백만 달러인 요격 미사일을 쓰는 게 비현실적이란 주장이 강했다. 하마스의 로켓을 막다가 이스라엘이 파산할 수도 있는 문제여서다. 과학계에선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10여 년 후의 일”이란 인식이 강했다.)

 -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고 들었다.

 “모두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랬다. 나는 시작부터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성공해야 했다. 당시 1200개의 신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아이언돔이 그중 하나였다. 연구개발이 끝난 뒤 실용화 단계에서 돈을 확보해야 했는데 (이스라엘 정부에) 그 확신을 주는 데 2년이 걸렸다. 사실 연구개발과 실용화 단계 사이엔 회색지대가 있다. 공식적으로 허가받지 않고도 일을 진행할 때도 있긴 했다. 결과적으론 내가 옳았다.”(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당시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4000발의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 이스라엘 민간인 40여 명이 숨졌다. 25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이후 아이언돔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았다.)

 - 실패할 수도 있었다.

 “성공해야 했다. 이스라엘을 구해야 했다. 난 연구자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창조적이 될 수 있도록, 또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관료주의 때문에 실패하지 않도록 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위계질서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때론 교과서에서 벗어나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 북한은 240㎜ 다연장 로켓포만 5000문을 가지고 있는데 한꺼번에 쏘면 1분에 5만 발이 떨어진다. 아이언돔이 한국에도 효과가 있겠는가.

 “내일도, 모레도 있는데 한꺼번에 다 쏘겠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아이언돔이 모듈식이란 점을 얘기하고 싶다. 하나의 배터리(탐색레이더+타미르 요격 미사일+컴퓨터)가 꽤 넓은 지역을 막는다. 어디에 놓느냐에 달려 있긴 하지만 100 또는 150, 200㎢ 정도다. 보다 넓은 지역을 커버하려면 여러 대를 놓는 게 방법일 수 있다(서울은 605㎢). 물론 여러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100%는 아닐 거다. 세상에 그런 방패는 없다.”

 - 아이언돔 덕분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로켓 공격의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대피소로 가는 게 아니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 아이언돔은 100% 완벽한 게 아니다. 로켓 공격을 받으면 대피소로 피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가겠지만.”(실제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밤중에 야외에서 전쟁 장면을 지켜보며 웃음을 지은 채 촬영한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더 나빠졌었다.)

 -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하마스의 위험을 잘 모른다.

 “하마스가 테러리스트란 걸 잊었다. 이스라엘 희생자가 적다 보니. (숫자로 판단하는) 축구 경기가 아니다. 이 시스템은 모두의 생명을 살린다. 이스라엘의 생명을 살리고 동시에 팔레스타인 생명을 살린다. 이게 없었다면 전면전이 일어났을 테고, 양쪽 모두 희생이 더 컸을 게다. 전쟁은 정말 좋지 않다. 그래도 테러리스트 앞에서 우린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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