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신문 또 오보 파문 … 사장 퇴진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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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 유력 진보 성향 일간지인 아사히(朝日) 신문이 연이은 오보 파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기무라 다다카즈(木村伊量·사진) 아사히신문 사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당시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폭로한 지난 5월 자사 기사에 대해 “틀린 기사라고 판단했다”며 기사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나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근본적 개혁의 대략적 길을 만들어 놓은 뒤 신속하게 (자신의) 진퇴에 대해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지난 5월 20일자 기사에서 원전 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에 대한 정부 조서 내용을 자체 입수했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 근무자의 90%인 약 650명이 당시 요시다 소장의 명령을 어기고 10㎞ 떨어진 제2원전으로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요시다의 조서 중 “제2원전으로 가라고 말하지 않았다”, “제1원전에 가까운 곳 중 방사선량이 낮을 만한 곳으로 일단 피해 지시를 기다리라고 말한 셈” 등의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11일 공개한 조서 원문에 따르면 요시다는 위의 진술 외에 “잘 생각해보면 제2원전으로 간 것이 훨씬 적절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가 부하들이 제2원전으로 간 것을 ‘명령위반’으로 여기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요시다는 지난해 7월 작고했다.

 이로써 아사히는 최근 1개월 새 2건의 대형 오보 파문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8월 5∼6일자엔 제주도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위안부로 강제연행됐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주장을 보도한 자사의 과거 기사들이 오보임을 인정하고 취소했다. 이에 자민당 정치인들과 요미우리 등 보수 신문들이 ‘아사히 때리기’에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1일 “군 위안부 오보에 의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명예가 손상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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