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담뱃값 2000원 인상 결정 잘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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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 한 갑(20개비)당 평균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로 최종 확정했다. 담뱃갑에 암 걸린 폐 사진 등의 섬뜩한 그림을 넣고 담배회사의 문화행사 후원 등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복지부가 추진해 왔던 금연 정책의 종합판으로 볼 수 있다.

 담배 가격은 10년 동안 2500원으로 묶여 있었다. 화폐가치 하락을 감안하면 1000원가량 실질 가격이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값이 싸다 보니 청소년들도 쉽게 담배에 접근한다. 고교 3학년의 흡연율이 24.1%로 OECD 성인 흡연율(26%)과 비슷할 정도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한국의 담뱃값이 싸기 때문에 올려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2000원 인상은 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민층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가격이 오르면 부담이 늘 수는 있다. 하지만 길게 봐야 한다. 전체 암 발생의 30%, 폐암의 90%가 담배가 원인이다(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 폐암은 사망률 1위의 암이고, 5년 생존율이 20.7%로 췌장암 다음으로 낮다. 여유 있는 계층이야 치료비 걱정이 없지만 서민은 암 치료비 부담에 노후 고통이 커지고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다. 정치권도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길이 뭔지를 직시하기 바란다.

 가격을 올릴 바에는 한 번에 대폭 올리는 게 낫다. 찔끔 올려봤자 금연 효과가 덜하다. 그런 면에서 2000원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2000원을 올리면 건강증진부담금 8700억원이 늘어난다. 이 돈은 흡연자 건강관리와 국민건강 증진에만 써야 한다. 담배를 끊을 수 있게 의사의 상담 진료비를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 의사가 밀착 관리하면 금연 효과가 배가(倍加)될 것이다. 흡연치료제나 검사비에 건보를 적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담배와 관련한 각종 질병의 치료비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삽입하는 정책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10년 공염불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래야 가격 인상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흡연율을 2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