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원서 접수 시작한 은행권 … 너도나도 '탈 스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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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도전·성공·실패·지혜·배려·행복. 6가지 제시어를 자유롭게 활용해 본인 가치관과 삶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작성하시오.’(우리은행)

 ‘디지털시대에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를 사례를 들어 서술하시오.’(KB국민은행)

 하반기 신입 공채 계절이 돌아왔다. 은행들도 200~300명 규모 취업문을 속속 열고 있다. 올해 은행권 입사지원서에는 어학성적과 자격증 기재란이 사라졌다. 대신 자기소개서 질문란에 ‘인문’, ‘인성’, ‘윤리의식’같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1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원서접수를 받는 신한은행의 올해 인재상은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보유한 성장형 인재’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어학성적과 자격증은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았다. 지원자들이 원서 칸을 채우기 위해 일률적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부터 아예 항목을 삭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직 200명 외에도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30명, 장애인·보훈 특별채용 30명을 포함시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74% 늘렸다. 오는 12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시간선택제 직원 100명도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같은 날 원서접수 사이트를 연 기업은행도 올해부터 입사지원서에 어학점수와 자격증 기재란을 없앴다. 대신 오는 24·25일 이틀 동안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자기 PR대회’를 연다. 참석을 희망한 지원자들이 4분간 자유롭게 자신을 홍보하면 이 중 우수자 500여명을 뽑아 서류전형 우대 혜택을 준다. 필기시험에서는 기존 상경계열 위주 채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제 유형을 바꿨다. 이공계를 포함한 비상경계열 전공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유형의 문제를 출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험과 시각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명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공채는 일반과 IT, 전문 분야(기술금융·자산운용·리스크·IB 관련 실무 경력자)로 나뉜다.

 지난달 25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17일 접수를 마감한다. KB국민은행은 자격증뿐 아니라 봉사활동, 해외연수경험, 인턴경력 등 거의 모든 스펙란을 입사지원서 항목에서 삭제했다. 지역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취지로 신입사원의 30%를 지방대 출신에서 뽑는다. 우리은행은 신한·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원서에 어학성적과 금융자격증 기재란을 없앴다. 대신 한국사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사회봉사활동과 헌혈 횟수도 적어내도록 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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