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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자 과반이 "부모 모셔야"|핵가족 주제 본지 「독자토론」에 비친 의견|찬성|직장 따라 옮기다보면 분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번 독자토론 주제 「핵가족」에는 모두 2백91명의 독자가 투고해왔다.
이가운데 시대변천과 산업구조의 개편에 따라 핵가족제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독자는 불과 19%인 반면, 현실이 그렇더라도 가정의 화목과 자녀들의 인간교육, 노인문제 등을 이유로 부모를 모시고 살아야된다는 주장이 압도적으로(81%) 많았다. 이 같은 수치는 핵가족에 대한 일반적인 경향을 나타낸 것보다는 핵가족독자의 소극적인 토론참여에 기인하는 것 같다.
특히 연령별로 10대와 20대의 미혼연령자들 가운데 겨우 19%만이 핵가족을 찬성한 반면,50대 이상 노년층 투고자의 33%가 자녀들을 독립시키는 것이 서로 편하다는 의견이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투고자 (l백22명)의 21%만이 핵가족에 찬성했고. 이가운데 주부의 63%, 20대의 78%는 모두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했다.
자녀들과 별거생활을 원하는 50대 이상 노년층들도 대부분은 자녀들의 집에 가까이 살면서 자주 왕래할 것과 도시와 시골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는 가능한 한 수시로 찾아보거나 편지라도 자주 할것을 원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주장을 소개한다.

<고유미풍은 새차원서>
고도로 세분화된 산업사회에서 교육이나 고용기회 등을 찾아 쉽게 이동하고 적응하기 위해 나타난 현상이 핵가족이라 생각한다.
부모들과의 유대는 발달된 교통· 통신수단으로 해결하면 된다. 경로사상이나 미풍양속은 과거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궤도 위에서 적절히 조화하고 수정하면서 이어져 나가야 할 것이다.
박광엽 <남· 대학생· 인천시남구주안5동 19>

<불편한 관계를 예방>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있다. 대가족이 함께 사노라면 세대차와 개성의 차이로 마찰이 잦아지고 그러다 보면 시부모와의 관계도 자연히 틈이 벌어지고 멀어지게된다.
차라리 분가해서 핵가족으로 살면서 시댁을 자주 찾아 뵙고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 편이 더욱 바람직할 것 같다. 친한 사이일수록 간격을 두고 살아야 그 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그리움이 한층 더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최연회 <여· 대학생· 서울마포구 망원동462>

<정은 마음가짐 나름>
정은 누구나 마음가짐에 있다.
핵가족이란 젊은이들이 부모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자기들의 생각을 마음껏 발휘해보자는 의지의 결과다. 즉 큰새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날아보자는 생각이 아닌가.
세류에 따라 무방한 듯하다.
김수곤<남· 70· 부산시 서구 랄정3동23통2반>

<같이 살면 갈등 생겨>
어른들(기성세대)이 아무리 우리 젊은 세대들을 잘 이해해 준다 하더라도 두 세대는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양식이 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이 두 양식이 항상 화합될 수는 없을 것이며 여기서 필연적으로 생길 갈등 같은 것을. 머리 막는다는 의미에서 핵가족은 불가피하다.
서무석 <남· 대학생· 서울동대문구 면목6동>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핵가족은 젊은이들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남녀의 지위·역할의 평등화를 가져오는 많은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지연과 혈연이 중시되던 대가족제도의 화목한 분위기가 아쉬운 점도 없지 않으나 산업사회의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양재수 <남· 28· 진주시 망경북동l69>

<시간·정신적 낭비 막아>
우리 나라 부모들은 감기만 조금 걸려도 먼곳에 근무하는 자식들을 불러 생업에 지장을 주고 자녀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흔하다. 국가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대가족제도에서 오는 정신적·시간적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핵가족은 합리적인 가족제도의 발달이라고 생각한다.
안일순 <남·60· 충북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318>

<한 달에 한번쯤 편지를>
도시에 사는 아들은 자식된 도리로 1개월에 한번쯤 시간을 내어 부모님을 찾아 뵙고, 며느리는 시부모님께 편지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핵가족 제도로 생기는 부모의 외로움은 덜해질 것이다.
땀에 얼룩진 시골의 부모, 해만 지면 사립문을 지켜보는 부모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것이다.
또 매일 며느리의 편지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어 외로움을 잊을 것이다.
송병휴 <남·55· 청주시 막충동346>

<자식들 독립심 키워야>
가정과 자식을 가진 주부로서 노후를 내자신의 힘으로 꾸려가겠다는 각오아래 우대가계정기적금 1억원짜리 (30년 부금)를 들었다.
장래의 내 꿈은 환경 좋은 집에서 마음과 신앙이 통하는 노인들끼리 함께 모여 사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자식에게 노후를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이 노후대책을 세워 핵가족화 하는 경향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자식들의 독립을 장려해 줘야한다.
안지영 <여·38· 서울 성북구 성북2동 산25>

<절충식이 가장 바람직>
부모님에게도, 또 부모님을 모시는 며느리에게도 심리적으로 짐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생활능력이 있으시고 기동이 자유로우실 때는 서로 독립해서 생활하다가 늙으셔서 정신적·육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함께 모시는 절충식 가족제도가 바람직하다.
박근자<여· 대학생· 부산시 동래구 장전1동 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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