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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유산정리 민간주도경제 정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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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정·능률·균형」을 내세운 5차 5개년계획이 제시되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의 성격을 지난 4차례의 그것과 굳이 구별하려는 입장이다. 그동안의 경제적 성공이 자주 개발계획의 성과인 것으로 예찬되어온 터에 굳이 5개년계획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는 역세적이다. 그런 시도의 근거에는 정부주도의 경제계획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자각과 함께 안팎의 여건이 더 이상 「불안정·비능률·불건전」을 수반하는 개발방식을 용인하지 않고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적어도 이점만은 분명한 진전이다.
4차례의 계획경험에서 가장 값진, 그러나 너무 때늦은 교훈이다. 그 만각때문에 치른 대가는 처음 맛본 제4차계획의 좌절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경제효율의 저하와 인플레 구조화 외채의 누적으로 오늘에 이??되었다. 때문에 5차계획의 1차적 과제는 이런 70년대의 유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경제운용이 민간주도로 바꾸어 진다해도 이같은 유산의 정리는 당분간 정부가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자해지의 논리대로다. 정부가 경제계획사상 처음으로 2년간의 조정기를 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올바른 판단이다.
이 조정기간 중 능률과 균형을 높이고 민간주도경제의 전환에 필요한 제반 기초조건을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런 기초적인 바탕의 구축여부는 사실상 5차계획이 제시하고 있는 어떤 물량지표보다도 큰 의미를 갖는다.
민간주도와 탈인플레의 기초조건이 성숙되지 않는 한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그동안의 경험은 다시 무위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점에서 볼 때 이 조정기간의 정책과제들은 너무 「선언적」으로 제시되어 구체적 실천계획이 미흡하다. 금융자율화나 조세개혁, 대외개방과 재정건전화 등의 핵심과제들이 계획당국의 「선언」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어떤 절차와 과점을 거쳐 실현하겠다는 「합의」된 실천계획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화려한 투자계획이나 자금배분청사진보다는 이런 눈에 안 띄는 제도나 기반의 개선이 지금으로서는 더 중요한 시점이다. 그만큼 민간영역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제시하고 있는 성장률 연평균 7.6%는 신규노동인구 흡수를 위해 불가피하며 과거의 고도성장에 비해서는 분명히 절제된 계획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그것을 달성하려면 적어도30%이상의 투자율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수준은 최대호황기였던 지난 77∼79년의 투자율과 비견되는데 자본수지이율이 급격히 감퇴되고 있는 추세에서 이런 높은 투자율이 어떻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설령 이 수준의 투자가 가능하다해도 한계자본계수가 6을 넘어선 비능률적 산업구조에서 7∼8%의 성장이 가능한지에도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투자재원 조달에서는 연평균 27.4%, 86년에는 29.6%의 높은 국내저축률을 상정함으로써 매우 의욕적이다.
한계저축률이 35%선을 넘어야 이런 국내저축이 달성가능한데 4차계획에서 보면 이 수준을 넘은 해는 77년 한해뿐이며 그 이후 해마다 낮아져 4차계획기간 중 평균 22%선에 머무르고 있다. 여간한 물가안정과 금융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과제인데 이부문은 조정기간의 성과여하에 달려있는 셈이다.
반면 해외저축률은 4.2%를 계획했는데 이부문은 매우 유동적일수 밖에 없다. 4차계획은 목표연도인 81년의 해외저축률을 사상 처음으로 정의 수준으로 바꾸어 투자재원의 자립을 내걸었는데 결과는 8.9%부의 저축이었다. 국내저축이 따르지 못한 과잉투자가 원인이었지만 이런 전철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적주의·목표달성주의 경제운영을 탈피해야 한다.
5차계획이 첫과제로 내건 경제안정은 아마도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물가와 국제수지안정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표리관계에 있는데 물가 10%, ??율고정운용의 달성여부는 성장투자계획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차계획의 좌절이 무리한 투자와 지원, 이에 따른 인플레구조화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한다면 안정의 처방은 쉽게 도출된다.
안정의 긴요함은 국제수지방어 때문에 더 절실해진다. 경상GNP의 50%에 달하는 3백억달러의 누적외채는 상환부담률과는 관계없이 과중하다. 이에 더해 해마다 50억달러씩 경상적자가 추가된다면 향후5년간 4백60억달러를 더 들여와야 한다. 아무리 차입능력이 커진다 해도 이런 수준은 안심할 수 없다. 물가안정으로 국내저축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투자를 견실하게 절제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빚갚기에 급급해질 것은 자명해진다.
선령 필요외자가 조달된다 해도 비용이 워낙 높아져 경제효율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과거 투자수익률이 좋을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다.
재정건전화와 형호의 제고를 내걸고 있으나 조세제도개편은 담세율22%만 부각될뿐, 특혜와 차별의 개선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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