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구 축소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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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내륙도 신실, 군페지·읍면확대안 내놔 민한·국민…세미나 등 열어 대안마련에 열올려##궁가·정가 할 것 없이 행정기구개편론이 비등하고 있다. 주무기관인 총무처가 시범적으로 자체기구축소를 단행했고 전례없이 민한-국민당등 야당도 세미나를 여는 등 열을 올리고 있어 마치 기구축소 개편의 「지혜경쟁」이라도 벌어진 듯한 양상.
특정부의 폐지론, 신설론 등 사안·공안이 만발하고 있고 위인설관·고위직양산 등에 집중타가 가해지고 있다.
○…기구개편의 본산격인 총무처는 중앙공무원교육윈부원장(1급)과 심의관(3급)을 각각없애고 일부과를 통폐합하는 등 「모범」을 보이면서 타부처에도 스스로 체중을 줄이도록 유·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몇 개 부처가 없어지거나 통합되리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지만 현재로선 진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김용휴총무처장관이 기회있을 때 마다 『정부조직 개편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점과 정부가 안정바탕을 중시하고 있는 점등으로 보아 개편이 있더라도 소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개편방향도 부처를 없애는 등의 높은 차원이 아니고 각부처 안의 기구를 줄이는 식이 되리라는게 중논.
실제로 총무처는 각부처가 스스로 고칠 직제안을 접수받아 협의중이라는 소리도 있다. 직제개정의 방향은 차관보를 줄이고 국과 과 사이에 있는 담당관·심의관 등을 없애며 연재 세분화되어 있는 국이나 과를 통합하는 대국대과주의.
부통폐합 등 대폭적인 조직개편을 하기에는 이미 「실세」했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조직은 그 자체가 생명력을 갖고있어 태평세월에는 조직을 죽이거나 자르기가 힘든 법.
지난해 국보위에서 대규모 숙청후 그 서슬로 곧 조직개편을 했어야되는 것인데 공무원사회가 지나치게 혼들릴까봐 보류했었다는 애기다.
그때 행개위·국보위·총무처가 각기 만든 개편안중에는 체신부에서 전화전신공사가 떨어져나가고 교통부에서 철도공사가 떨어져나가면 2부를 합쳐 우체부로 만들고 문공부를 문화부와 총리직속의 공보처로 만든다는 구상도 있었다.
또 국보위안에는 대국대과를 위해 5개국이 있는 부는 1개국을, 8개국을 가진부는 2국을 줄이도록 하고 국은 l백명이상, 과는 20명이상으로 정원기준을 예시까지 했다고 한다.
최근 정부기구축소바람이 불자 혹 때러갔다 혹 붙이는 격이 될까봐 각부처에서는 정원증원요구를 삼가고있다.
예컨대 중앙선관위는 대구와 인천의 직할시 승격으로 당연히 새로 구성해야할 시선관위구성안을 만들어만 놓고 얘기도 못꺼내는 실정.
현재 각부처 조직에는 그 자리를 맡고있는 사람이 떠나면 그 직책을 없앤다는 유보직이란 자리가 있다.
차관보 등 1급만 하더라도 지난 숙청때 물러난 8자리를 채우지 않고있어 유보직까지 합치면 20여자리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운명이다.
○…정부측에 비해 정당들의 개편론은 훨씬 급격하고 대규모적이다.
민정당의 경우 올 정기국회에서 1단계 개편을 하되 본격적인 작업은 내년에 착수할 예정인데, 행정기구개편은 당 주도로 해야 한다는 구상.
당주도를 내세우는 이유는 특히 정부측에서 조직개편을 담당하는 총무처와 행개위가 바로 개편대상이어서 근본적인 수술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 당안은 없지만 민정당에도 사안은 많다. 국보위 시절의 자료를 토대로 한 몇가지 사안을 보면△경제기획원을 예산실로, 총무처를 인사실 같은 기구로 개편해 대통령 또는 총리산하 기구로 하고 △문공부에서 공보처를 분리시키며 △산하기구가 공사로 전환되는 교통·체신부를 축소조정 한다는 등 어마어마한 내용도 있다.
양지방행정단위는 △전남북·경남북 일부를 때어 합친 내륙도를 1개 만들어 도간에 균형을 유지하고△헌재의 군을 선거구단위로 확대하거나 군을 폐지하는 대신 읍·면을 확대한다는 의견도 살아있다.
민정당이 개편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부기구개편에 착수하면 △정부기구가 일시적인 마비상태에 들어감으로써 겨우 이룩한 정치적 안정을 다시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있고 △지방행정단위에 손을 대면 그 여파가 2∼3년은 지속된다고 보기 때문(전병우 정책조정실부실장) ○…민한당이 행정개혁에 관한 일련의 정책심의회 자체토론과 세미나를 거치면서 중점을 두는 것은 행정능률의 제고와 예산삭감.
또 이와 관련시켜 내세우고 있는「지방자치제 실시」도 민한당의 중요포인트다.
민한당이 주장하는 구체적 개편방향은 △위인설관식의 기구정비 △참모기구 및 보조기관축소 △고위직의 감축과 대국대과주의 △기획·조정·감독기구의 통폐합 △정치성위원회등 각종위원회정비 △현업성정부기구의 공사화 △정부투자기관의 과감한 민영화 △지방분권화 △특별지방행정관청의 기능별 통폐합 △행정영역의 전문화·전산화로 인력·기구절감 △행정영역의 축소, 국민생활 규제범위의 재 조정등.
임종기법령정비위윈장은 도·군·읍·면의 체계에서 군을 폐지하고 읍·면을 3∼4개로 묶는 광역화 작업이 이루어지면 상당한 예산절감 및 행정의 능률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당안은 아닌 상태.
최근 세미나에서 유훈 서울대행정대학원장은『상공부의 경우 차관보가 많아 장관주재의 국장회의는 포기하고 1급이상의 회의만 가능할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영수정책심의회의장·이윤기연구실장등 정책팀의 기구개편구상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민한당은 독자적인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정기 국회제출을 일단 목표로 설정.
○…대부분 과거 행정부 또는 여권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국민당소속 의원들은 지난13일 노정현교수(연대)를 초청한 세미나를 계기로 행정기구축소에 관한 대안수립에 착수했다.
노교수는 현재 63만명의 공무원중 생계비(경제기획원발표)에 해당하는 봉급을 받는 사람은 불과 20%라고 지적.
이만섭총재권한대행은 기구축소에 따른 공무원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기가 회복되는 기간을 택해 축소를 단행하는 등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의견.
또 조일 정책책위의장은 기구축소의 진단·집행은 특정계층이나 특정집단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미국의 「후버」위원회처럼 각계인사들로 구성한 특별기구가 대통령으로부터 절대권을 부여받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광의윈은『행정개혁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병든 신체의 한 국소를 잘라내는 자세로 단행 해야한다』며『그 국민들의 축소여론이 비등한 지금이 제일좋다』고 주장.
한편 세제개혁에 관해 국민당에서 특별강연을 한 이철성교수(성대)는 재정학적인 측면에서 볼때 정부의 직할시 증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3단계로 되어있는 현 행정구역을 과감하게 2단계로 축소하고 병무청·원호처·교육위원회 등의 지방청은 폐쇄한 후 도의 과로 흡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당은 차관보·담당관 등 중간기구를 폐지해야하며 체신공사가 설립될 경우 체신부를 없애고 경찰을 공안위원회로 독립시키는 대신 내무부와 농수산부를 통합하는 안도 검토중이다.
이러한 정당들의 행정기구 축소론에 대해 정부측은 3부가 독립되어 있는 마당에 왜 남의 집 제사에 콩놔라 팥놔라하는 식의 간섭을 하느냐고 불만이다. 또 72년이후 법률로 정한 행정기구의 범위가 대폭 즐어든 현행법체계에서 정당들의 요구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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