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돈쓸 사람을 찾아 나서|중소기업은 수입대체 부품업체를 주대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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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은행 직원들이 대출고객을 찾아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목에 힘을 주고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안 빌려주려는 것이 은행인데 전에 없던 일이다.
중소기업은행은 수입대체 할 수 있는 중소부품 생산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1백35개 업체에 1백84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심지어는 해당업체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네 업체는 유망하니 은행돈을 갖다 쓰시오』라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중소기업은행이 수입대체부품 생산업체에 대한 발굴융자를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기업지도부라는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고 4명의 과장과 7명의 대리가 4개팀으로 나눠 유망한데도 돈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찾아 나섰다.
먼저 대기업들을 찾아가 납품업체중에서 추천을 받고 각종 조합을 찾아다니면서 자진해서 돈을 빌려주겠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워낙 뜻밖의 일이라 처음에는 아무리 설명해도 도무지 믿으려들지 않았다.
융자대상에는 찌그러져가는 철공소 같은 곳도 포함되어 있다.
은행에서 조사를 나왔다고 자료협조를 요청하면 공연히 귀찮게 굴지 말라고 퇴짜맞기가 일쑤였다.
하고많은 조사가 나오지만 자기네들에게 실제 도움되는 일은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알든 모르든 일단 실무자선에서 융자대상업체로 선정되면 은행장 결재를 거쳐 해당지점에 융자지시가 내려간다.
그 기업이 다른 은행과 거래하는 경우라도 상관없다.
자금사정이야 어떻든 여신한도에도 구애받지 않고 적정한 자격기업이라면 무제한으로 융자해주도록 했다.
처음에는 찾아간 조사자에게 색안경을 쓰고 박대하던 어떤 기업주는 뒤늦게 찾아와 『몰라봐서 죄송하다』면서 굽신거리는 촌극을 빚기도 한다.
돈준다는 낌새를 채고 판매계획을 1년사이에 10배로 늘리겠다는 비 양심기업도 더러 있었다고 한 실무자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가하면 선정작업이 끝나서 돈을 주겠다고 연락을 해도 오히려 기업측에서 사양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기업들이 얼마나 건전해졌는가,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이토록 위축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단다.
중소기업은행이 이같은 발굴융자를 실시하게된 동기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달러를 절약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한다.
수출업체에는 갖가지 특혜를 주면서도 정작 달러를 절약하는 수입대체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에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데서 착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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