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180분 … 180도 바뀐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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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맥콜라리? 천만에.”

 신태용(44) 축구대표팀 코치는 파안대소하며 손사래를 쳤다. 신 코치는 차기 감독 선임이 늦어져 임시 감독으로 2차례 평가전을 이끌었다. 5일 베네수엘라를 3-1로 꺾었고, 8일 세계랭킹 6위 우루과이엔 0-1로 아깝게 졌다. 축구팬들은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친 신 코치에게 ‘맥콜라리(맥콜+스콜라리)’란 별명을 붙여줬다. 현역 시절 소속팀 성남의 스폰서 음료인 ‘맥콜’과 200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 우승을 이끈 루이스 스콜라리(66·브라질) 감독의 합성어다.

 신 코치는 10일 “2008년 영국에서 스콜라리 감독이 이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경기를 봤다. 공격 축구와 올라운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며 “그 해 성남 감독에 취임해 첼시의 전술을 응용했다. 명장과 비교 자체가 영광이다”며 웃었다.

 신 코치는 베네수엘라전에 공격적인 4-1-2-3 포메이션을 펼쳤다. 지난달 31일 열린 EPL 첼시-에버턴전(첼시 6-3승)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신 코치는 “첼시 오른쪽 풀백 이바노비치가 수비 뒷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같은 포지션 차두리(34·서울)에게 동료의 커버 플레이를 믿고, 윙어처럼 나가라고 조언했는데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루과이전에는 수비에 중점을 두는 3-1-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을 최후방 스리백 ‘3’의 중앙에 기용하는 파격 전술이었다. 앞서 일본이 우루과이에 0-2로 진 것을 보고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왔다. 신 코치는 “일본이 우루과이의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에 맥을 못 췄다. 척추 라인을 튼튼히 지키기 위해 호주 고교 시절부터 봐 온 성용이를 ‘트랜스포머(변신 로봇)’처럼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이동국이 부진하자 ‘물 만난 기성용, 물에 빠진 이동국’이란 말도 나왔다. 베네수엘라전에 2골을 넣었지만 우루과이전에 침묵한 공격수 이동국(35·전북)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신 코치는 “전술상 동국이가 볼을 많이 받을 수 없었다 ”고 감쌌다.

 신 코치는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신임 감독과 따로 만났다. “‘난 한국에 뭘 얻으려 온 게 아니라 베풀기 위해 왔다. 흡수할 만한 게 있다면 흡수해라’는 감독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확고한 신념이 느껴졌다”며 첫 만남을 소개한 신 코치는 “슈틸리케 감독의 손과 발이 되겠다.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의 선수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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