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영록 사퇴 거부 … KB 사태 오래갈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임영록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12일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소집된 금융위원회를 앞두고서다. 임 회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금감원이 아직 최종 결정도 안 된 은행 내부 절차를 문제 삼아 중징계를 부과하고 그룹 임직원들을 범죄자로 몰아붙인 것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며 “진실을 소명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거론하는 것은 결국 우리 조직 전체를 상당기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KB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며 “고도의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금융인에게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고, 그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결정으로 중징계가 확정된 이 행장은 당일 사임했다. 지주사 CEO인 임 회장에 대한 징계는 12일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 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9명으로 구성돼있다.

  금융위가 집중 검토하게 될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회장으로서 감독의무를 태만히 했는지,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IT본부장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여부다. 임 회장은 이와 관련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는 아직 업체도 정해지지 않았고 계약이 이뤄진 것도 아닌데 감독 업무 태만으로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한 컨설팅 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면서 위험성을 축소 왜곡했다는 금감원 지적에 대해서도 “추후 성능검사(BMT)를 실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리스크 금액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장에는 금감원의 결정에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김형주 교수까지 대동했다. 김 교수는 “주전산기 교체를 위한 성능테스트 때 오류가 나오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오류 건수가 전체의 4% 정도라면 향후 13개월간 시스템 설치과정에서 충분히 교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로 교체하는 건 금융권 대세”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IT본부장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계열사 경영관리규정’에 따라 은행장은 지주와 사전 협의할 의무가 있고, 은행장의 추천안을 원안대로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금융위원회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제윤 위원장은 추석 연휴 내내 KB 사태 관련 보고를 받았고, 최수현 원장도 중징계 결정 논리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금융위원들이 KB의 건전 경영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