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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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경제에서 70년대가 수출드라이브의 시대였다면 80년대는 기술개발의 시대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는 저임금과 국내외 금리격차에 힘입어 특기할 만한 양적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 두 가지 요인이 한계에 부닥친 데다 선진국의 기술공여기피 등 방향전환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경제운용과 기업경영 방향에 일대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술개발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자원보유국은 자원의 무기화를, 이에 대응해 선진국들은 기술의 무기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김입삼 한국기술개발 주식희사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의 매출액에 대한 연구개발비(R&D)투자비율은 0·93%인데 이는 75년 미국이나 서독의 3분의1수준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또 총예산에 대한 과학기술예산의 비중은 한국이 80년 도 기준으로 1·8%에 불과한데 비해 75년 도에 미국은 5·8%,서독은 4·3%에 달했었다.
전반적으로 연구개발비에 대한 투자가 영세한 것이다.
사실은 그런대로 선진국수준에 근접돼 가고 있으나 이룰 운영하는 기술자들의 경험축적 도는 낮으며, 특히 수준 높은 기술개발의 능력은 더 더욱 낮다.
최근 전경련이 기술개발 및 도입을 비교적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1백6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장설비수준은 조사대상기업의 70·7%(첨단수준 17·3%, 주요선진국수준 53·4%)가 선진국수준이라고 응답해 작년의 67·5%보다 향상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생산기술수준에서도 67·1%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응답하여 전년도 58·2%보다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구개발수준은 뒷걸음 질 치고 있다.
조사대상기업의 연구시설수준은 선진국수준이 20·7%이었으며, 연구인력의 선진국수준은 20·7%로서 생산시설·기술수준에서는 낙후성을 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의 20·1%, 29·5%에 비해 답보 내지는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응답,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자 평했다.
또 우리나라 기업 안의 연구개발기구는 시험실(31%), 연구개발실(24·8%), 설계 실(16·1%)등 이 전체의 71·9%나 차지하고 있고 독립연구소는 19·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개발투자규모를 보면 ▲5천만원 미만이 21·7% ▲5천만∼2억 원이 10·8% ▲2억∼5억 원이 36·2% ▲5억∼10억 원이 8·4% ▲10억 원 이상이 22·9%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를 전년도와 비교해 보면 5천만원 이하가 24·2%에서 21·7%로 감소한 반면 비교적 규모가 크다고 볼 수 있는 5억 원 이상이 26·3%에서 31·3%로 증가됐다. 연구개발투자규모가 대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 고도의 기술개발촉진을 위해서는 가까운 일본과 같이 정부와 기업·연구소사이에 삼위일체 적인 인식과 노력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기술개발금융규모의 확대 등 직접 지원을 할 수 없다면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제감면 등 간접적인 지원이라도 있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 관계전문가들은 무역 특 계 자금의 전용 및 기술개발자금금리의 수출금리수준으로의 인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박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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