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중압감도 즐길 수 있게 된 박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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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부모님, 10월 13일 결혼하는 약혼자 남기협씨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박인비. 그는 “가족들 앞에서 우승한다면 더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KB금융그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이틀 앞둔 9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골프장.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친구 오지영(26·한화) 등과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박인비 조에는 그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듯 적지 않은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따랐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4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도 그는 덤덤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는 올 시즌 중 가장 중요한 대회다. 하지만 부담을 느끼면 내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대회와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의 중압감은 일반 대회와는 비교가 안 된다. 명예의 전당 회원인 콜린 몽고메리(51·스코틀랜드)나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루크 도널드(37·잉글랜드), 리 웨스트우드(41·잉글랜드)도 메이저 우승은 못 했다. 메이저 최다승(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74·미국)는 “메이저 대회는 그 이름만으로 선수에게 중압감을 준다. 메이저 대회라는 것을 인식하면 할수록 중압감은 커진다”고 했다.

박인비도 지난 해 이 대회에서 그 중압감에 눌렸다. 일반 대회로 치러진 2012년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지난해는 67위로 부진했다. 올해도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4위로 미끄러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다르다. 지난 달 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하면서 중압감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이 대회에서는 부담이 너무 컸다. 하지만 성공도 실패도 해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올해 대회는 지난 해와는 기분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초대했다. 어머니 김성자(52)씨는 “큰 대회 때는 늘 부담되니 오지 말라고 했다. 먼저 오라고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그동안은 부모님이 오시면 잘 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올해는 마음이 편하다. 부모님 앞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더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 같다. 엄마가 해주시는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힘을 낼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물론 갖가지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한국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고, 박세리(37·KDB산은금융)를 넘어 한국인 메이저 최다승(6승) 기록도 세울 수 있다. 한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롤렉스 안니카상의 초대 주인공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박인비는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박인비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이나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서 알게 된다”며 “시합에 최선을 다하면 타이틀은 보너스같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인비는 11일 오후 1시21분(한국시간 오후 8시21분)에 폴라 크리머(28·미국), 펑샨샨(25·중국)과 1번홀에서 티오프한다. 이 대회에서 박인비와 함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박세리는 1시10분 최나연(27·SK텔레콤), 크리스티나 김(29·미국)과 출발한다.

J골프에서 대회 1,2라운드를 11~12일 오후 6시, 3~4라운드는 13~14일 오후 7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에비앙=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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