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전세열 <한강 성심병원 임상 영양 연구소> (178)|도시락과 간식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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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집 주변에 저녁밥의 양을 언제나 모자란 듯하게 짓는 집이 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국민학교 5학년생인 남자 아이의 몸무게가 60kg이나 나가는데 저녁밥 한 그릇을 다 먹고도 배가 고프다고 밤에 부엌을 뒤지는 습관이 생긴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되는게 우리 나라 학생들의 도시락이다.
한참 성장할 나이인 학동들은 충분한 영양이 공급돼야할 뿐 아니라 그것을 섭취하는 시간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사람은 자동차처럼 한번에 많은 휘발유를 넣어 준다고 오래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칼로리를 공평하게 나누어 쓰는 것도 아니다.
도시 학동들의 아침밥 먹는 습관을 조사해보면 수면 부족·식욕 부진·바쁘다는 등의 이유로 아침을 거르거나 빵 한 개에 우유 약간으로 때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부실한 아침밥을 먹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운동 등으로 뛰어 놀다가 쌀밥에 짠 반찬으로 꾸며진 도시락을 먹게 된다. 밥의 분량과 반찬의 분량을 조절하다 보니 자연히 반찬은 좀 짜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조그만 반찬 그릇에 성장에 필요로 하는 단백질·지방·무기질·비타민 등을 골고루 넣어준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매일 바꿀 수 있는 종류 면에서도 제한이 있게 마련이다.
한참 활동하는 시간인 낮 동안 영양 섭취가 부족했던 어린이가 저녁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시간별로 안배된 영양을 공급받아야할 어린이가 저녁에 많은 밥을 먹고, TV를 잠시 보다가 책상머리에 앉게 되니 소화기관은 소화기관대로 무리가 가고 과잉 섭취 된 저녁밥은 잠자는 사이 축적되어 기형적인 비대아가 생기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도시락은 가능한 한 반찬 그릇이 커서 집에서 먹던 식물성 반찬 등 여러 가지 음식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것이 좋으며, 꼭 짠 음식으로 도시락형 반찬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간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지키는 주부들이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8∼13세 정도의 어린이들은 근육·장기·골격 등이 부쩍부쩍 커지는데 따라 거기에 맞는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로 하는 영양에 비해 소화 기능은 약해 한번에 많은 식사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간식이라는 하나의 단계를 더 만들 필요가 있다.
간식은 어린이가 필요로 하는 칼로리 (만 10세의 정상 남자면 2천1백 칼로리 정도)의 10∼20%내에서 양이 많지 않은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뚱뚱한 어린이라면 당질·설탕이 많은 과자 등을 제한하고 과일·야채·발효유 쪽으로 택하며, 여윈 아이는 우유·계란·과자·과일·주스 등이 좋다고 볼 수 있다. 간식에서 가공 식품인 인스턴트 식품 등은 가능한 한 제외시키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간식도 아침은 8시, 점심 12시, 간식 3시, 저녁 7시, 수면 9시 등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낮 시간에 충분한 육체 활동을 전제로 하는 점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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