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의료 체제 통합해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의료 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는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우리 나라 밖에 없다.
동양 의학의 발상지라는 중공이나 동양 의학의 연구가 활발한 일본·대만 등에서도 우리 나라처럼 의사 자격이 양방·한방으로 분리돼 있지는 않다.
유독 우리 나라만이 이원화된 의료 제도를 갖게된 연유는 제헌 국회 당시 한방 의료의 독립을 주장하는 한의사들의 강력한 막후 활동으로 「국민 의료법」에 양·한방이 따로 규정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안다.
이원화 제도의 모순은 즉각 나타났고 일원화해야한다는 필요성은 누구나 느껴왔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가 오늘날까지 끌어온 것은 적극적인 문제 제기의 어려움 때문이다. 양방 측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경우 한방 말살 음모라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었고 정부측에서도 한의사들의 반발 등 평지 풍파를 일으킬까봐 차일피일 미루어온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가 최근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게 된 것은 의료 보강의 확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필요성 때문인 것 같다.
오는 86년까지 전체 국민의 65·6%, 91년까지는 95%에 의료 보장을 실현한다는 장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공공 의료의 권외에 있는 한방을 참여시키지 않고는 안 된다는 판단인 것 같다.
정책적인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의학 발전이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도 의료의 일원화는 빠른 시일 안에 실현돼야한다고 본다.
현재의 이원화된 의료 체제는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선택의 혼란과 혼선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사인 분류·질병 통계 등 각종 보건 통계에 혼선을 야기 시켜 보건 정책의 입안 추진에 큰 허점이 되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2천5백여명을 헤아리는 한의 인력이 공중 보건 분야에서 완전히 제외 돼 의료 자원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는 동·서 의학이 현재와 같이 서로 외면만 하고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의료 제도의 일원화를 통해 양쪽이 함께 발전하는 성과가 기대된다.
지난 10일 보사부 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일원화에 찬성했다.
남은 과제는 일원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인데 이 문제는 양쪽의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이상적인 방안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의도 예방 의료에 참여시켜 국민 보건의 일선 담당자가 되도록 한다는데 일원화의 1차적 목적이 있다고 보면 현재의 의대와 한의대를 통합해 양·한방의 기초 교육을 공통으로 시킨 다음 전공 과정에서 분리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 본다.
또 각급 의사 수련 병원에는 반드시 한방과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면 한방 의학의 과학화를 통한 획기적 발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일원화의 과도적 조치로 기존 한의사 자격 취득자에 대해서는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한의사로 그대로 남든가 일정 보수 교육을 받아 통합된 의사 자격을 새로 받든가 자유 의사에 맡겼으면 한다. 한 개인이나 단체의 이해를 떠나 의학발전과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의료의 일원화는 조속히 달성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